의지하는 고양이

아빠둥이 루이

by 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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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자기를 데려온 사람을 기억하는 것 같다. 루시는 내가 데려왔고, 루이는 아내가 데려왔는데, 그래서인지 둘이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 다르다. 루시는 내 곁을 더 따르고, 루이는 아내를 따라다닌다. 사실 집에서 우리 둘의 역할이 다르다 보니 그런 영향도 있는 듯한데, 어느 날 루이에게서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루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아기냥일 때부터 허피스에 걸려 치료를 받았는데, 그게 완전히 낫지 않아 지금도 면역이 약하다. 그래서 종종 병원에 가는데, 작년 여름에는 전두동염이 심하게 와서 꽤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너무 바빠서 아내가 대신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챙기고, 몇 번 더 병원에 다녀왔다. 나는 퇴근해서 소식을 듣고 약을 챙겨 먹이는 정도가 전부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좀 생겨서 진료 날에 맞춰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루이가 아내의 등 뒤에 웅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잔뜩 풀이 죽고, 꼬리도 축 처져 있어서 많이 힘든가 싶었는데, 진료실에 들어오는 나를 보자마자 갑자기 얼굴이 확 달라졌다. “냐앙— 냐앙—” 하며 병원이 떠나가라 울더니만 이내 기운이 펄펄 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다.


그 순간 이상하게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먹먹했다.

‘아, 얘가 나를 이렇게 기다렸구나.’
워낙 아내를 잘 따르는 아이라 나는 그저 밥 주고 자잘하게 챙겨주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루이에게 나는 그래도 ‘아빠’였던 모양이다.

힘들고 불안할 때, 마지막으로 기대고 싶은 사람.


루이는 평소엔 골목대장이다. 집 안을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장난감을 던지고, 루시한테 장난을 걸다가 쫓겨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집에 오래 있는 날엔 늘 근처에서 머물곤 한다. 아마 그게 루이의 ‘안심’인 것 같다. 루이는 늘 의젓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의지할 곳을 찾는 아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말랑해진다. 자기편이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법이다. 그리고 루이에게 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자기편인 것 같다.


평소엔 활달하고 시끄럽지만, 힘들 땐 제일 먼저 나를 찾는 아이. 그렇지만 내가 지치고 힘들 땐, 또 언제나 조용히 다가와 내 옆에 앉아 있는 아이. 말 한마디 없지만 그 눈빛 하나면 충분하다.


루이는 항상 다정하고, 나는 그 다정함 덕분에 하루를 조금 더 단단히 견디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내 옆에는, 세상에서 제일 활발하고, 제일 다정한 우리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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