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고양이

아빠둥이 루시

by 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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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눈치를 많이 보던 고양이였다. 낯선 환경에서는 늘 긴장했고,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움찔하곤 했다. 그때는 아직 새끼 고양이라 호기심은 많았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망설임이 묻어 있었다. 그런 루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자꾸 짠해졌다.


루이는 달랐다. 어미젖을 떼기도 전에 구조되어 사람 손에 자라서 그런지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다.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고, 뭐든 궁금해하고 뛰어들었다. 그래서 처음에 루이가 집안을 온종일 뛰어다닐 때면, 루시는 꼭 구석에서 그걸 지켜봤다. 그 눈빛에는 “괜찮은 걸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루이가 어쩌다 실수로 밟히거나 해서 큰 소리를 내면 바람처럼 달려와서 혼내지 말라고 매달렸던 듯하다.


요즘 보면 루이는 루시에게 꽤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루이가 워낙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다 보니, 루시도 덩달아 조금씩 변했다. 루이가 사고를 치면 루시가 혼내기도 하지만, 결국엔 화해하고 서로 꼭 붙어서 잔다. 루이가 들어오고 나서 루시가 세상과 다시 연결된 느낌이다. 루시가 루이를 통해 웃는 법을 배운 셈이다. 물론 고양이가 웃는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진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집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루시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는 예전처럼 눈치를 보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달려와 소리를 낸다. “야옹—” 그 한마디가 마치 “왔어?” 하는 인사처럼 들린다. 그리고는 집안이 떠나가라 빼—거리며 칭얼댄다. 밥 달라, 안아 달라, 무릎에 올려 달라, 요구사항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요즘은 집에 들어가면 일단 루시와 ‘대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떠드는 것 같지만, 루시는 고개를 기울이거나 꼬리를 흔들며 분명 무언가를 대답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참 신기하다. 처음엔 불안과 경계로 가득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걸 요구하고, 칭얼대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 마음을 표현한다. 그건 단순히 애교가 아니라 신뢰의 증거다. 처음엔 ‘이 집에서 나를 버리지 않겠구나’ 하는 걸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운 거다.


루시는 예쁜 눈을 가졌다. 크고 깊은 눈빛 속에는 집사에 대한 신뢰가 있으며, 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루시는 여전히 밖을 무서워하고, 가끔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지만, 그 모든 두려움 위에 사랑이 덧입혀졌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사랑스러운 내 딸.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리고 매일 조금씩 더 용감해지는 고양이. 그게 바로 우리 집의 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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