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링구얼 교육 - 1

by 무념

여러 가지 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멀티링구얼(multilingual - 다중 화자)이라고 하고, 멀티링구얼 중 두 개의 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사람을 바이링구얼(bilingual) 이라고 한다.

단일 언어인 사람이 "나는 학교에 간다" 라는 심플한 문장을 영어로 말하고 싶을 때, 일반적으로는 머릿속에서 먼저 "나는 / 학교에 / 간다"를 떠올리고 각각에 해당하는 I / school / go 를 떠올리고 문법에 맞게 재배열하여 "I go to school" 이라고 입으로 내뱉는다.


이런 일련의 번역과정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한국어가 능숙해진 다음에 그 모국어를 베이스로 해서 외국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는 어떤가. 아무 생각의 프로세스 없이 내뱉을 수 있다. 이것은 아주 어려서부터 체화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아주 어려서부터 한국어를 보고 듣고 자라온 아이는 한국어를, 일본어를 보고 듣고 자라온 아이는 일본어를 사고의 프로세스 없이 내뱉는다. 흔히 언어습득의 황금기가 있다고들 표현하는데 생후 18개월~36개월이 언어가 폭발적으로 스펀지처럼 흡수되는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하나 이상의 언어를 동시에 접하면 두 언어 모두 모국어처럼 사고의 프로세스 없이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바이링구얼 교육의 핵심이다.



나는 학창 시절 외국어 공부가 참 재밌었다. 요즘이야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유치원이 어쩌고 하는 시대지만 내 학창 시절은 중학교 때 ABCD 를 처음 배우는 시대였다. 나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으셨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름 조기교육을 받아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해서 이미 중학교 때는 당시 고등학생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러니 외국어가 재미있었을 수밖에.

다만 내가 반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부모님의 직장을 따라 어렸을 때 외국을 몇 년 주기로 계속 옮겨 다니며 살아온 학우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두세 개 언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았다.


100% 나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던 나는 어린 마음에 내심 그 친구가 참 부러웠다. 나중에 무슨 직업을 갖게 될지 자녀교육은 어떻게 될지 등은 아직 너무나도 먼 미래의 얘기였지만, 나중에 저 친구처럼 내 자식에게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


"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언어를 선물하려 한다. "



효용성으로 본다면 당연히 한국어-영어 바이링구얼 교육을 해주면 좋겠지만, 내 능력 부족 이슈로 인해 한국어-일본어 바이링구얼 교육을 시작했다.


아이가 생후 18개월 정도 됐을 때 어느 날 문득 오랫동안 머릿속에 있던 이 바이링구얼 교육이 생각이 났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며칠이고 밤늦게까지 관련 연구와 공부를 했다. 며칠간 몰두한 결과 내 머릿속에 모든 청사진이 그려졌고 배우자와 상의한 후 바로 그날부터 실행에 옮겼다.


나의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빠가 한 이 날의 결정을 진심으로 고맙게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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