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는 춥고, 웻슈트는 비싸다

서핑을 하기에도 너무 추운 제주의 겨울이다

by Gina


서핑보드가 방구석 한편에 자리 잡은 지 몇 주가 지났다.


(뿅이) "저거... 언제부터 안 만졌지?"


(꾸꾸) "요즘 바다 안 가냥?"


(뿅이) "응... 한참 안 갔어. 왜 안 가는 거지? 엄청 좋아하던데????"




예전엔 매일 새벽마다 들고 나갔는데,

요즘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왜지?


(꾸꾸) "바다 싫어진 거 아니냥?"


(뿅이) "아닌 것 같은데..???"


가끔 지나가

서핑보드를 쳐다보는 걸 봤다.


슬픈 눈빛으로.



지나는 한숨을 쉬었다.



겨울 바다는 다르다.


정말..... 제주는 바람이 너무 세다.


바람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삼다도'



창밖을 내다봤다.

휘이이잉---


바람이 세차게 분다.

나무들이 흔들린다.

밖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지나) "오늘도 풍랑주의보구나..."



핸드폰 알림.

'제주 동부 앞바다 풍랑주의보 발효'


겨울이 되면서

제주 바다는 완전히 달라졌다.



여름과 가을에는

잔잔하고 아름답던 바다가,


겨울에는

거칠고 위험한 바다가 되었다.


(지나) "파도는 좋은데... 바람이 너무 세."



기온 12도..

풍랑주의보가 매일 뜬다.


바람이 세고 그만큼 체감 온도는 거의 영하로 떨어진다.

제주도는 분명 너무 아름답고,

하늘도 맑고 파랬었는데,


겨울만 되면 흐리고 구름이 가득하다.


구름이 하늘을 다 덮어버려서 햇살마저 가려버렸다...


스산한 하늘..

강추위에 살을 에일듯한 바람......

쓸쓸해 보이는 자연환경.. 무서운 바다.


서핑하던 친구들도

요즘은 거의 안 나온다.


(친구) "오늘 바다 어때?"


(지나) "풍랑주의보야... 파도 살벌해!

바람도 장난 아님!"


서핑 모임 단톡방.


(친구A) "나 드디어 겨울용 샀어!"

(친구B) "오! 얼마 줬어?"


(친구A) "50만 원대..진짜 비싸지 않냐.."


(친구C) "나는 이왕 사는 김에, 평생 입는다 생각하고 맞춤슈트로 70만 원짜리 샀는데 그래도 추워 ㅠㅠ"

"부츠랑 장갑도 다 신었는데도 춥더라 ㅋㅋㅋㅋ 진짜 이 겨울에 바다 입수라니 미쳤다..."


(지나 마음속) '...50만 원?'

'알바비.... 들어오면 살 수 있겠는데...?

슈트 살 돈이면 알바 안 하고 쉬는 게 낫지 않을까'


겨울용 웻슈트를 검색해 봤다.

5mm 두께, 겨울용 서핑슈트

가격: 500,000원~700,000원


(지나) "나는 중고슈트 찾아볼래~ 아직... 세미 맞춤은 어려울 것 같아.."


괜히 핑계를 댔다.


생활비,

고양이 사료값,

렌터카비...


계산해 보니 한 달 생활비도 빠듯하다.


당분간 렌터카 반납할까.. 생각했다.

렌터카 없으면 서핑슈트는 살 수 있는데.....


(지나) "웻슈트에 50만 원..."


(지나) "지금은... 무리야. 내년에 사자!!!"



노트북.. 종료 버튼을 눌렀다.

창을 닫았다.


계속 보고 있으면 미련이 생길 듯했다.

벽에 세워둔 서핑보드.


아쉬운 마음에 서핑보드를 쳐다보았다....


'휴... 나의 유일한 재미였는데...

제주는 정말 겨울은 할 게 없다.

서핑도 안 가니 재미없고,, 쓸쓸하단 말이지..'




(지나) "봄에 바다 들어가자...! 그동안 운동하지 뭐!"

“금방 겨울 지나갈 텐데!”


매일 들고 나가던 보드.


이제는 먼지가 쌓였다.








날씨가 좋아진 날이 있었다.

전날 눈이 내려서 하늘에 있던 구름도 걷혔다.



서핑 모임 단톡방에서

친구들이 겨울 서핑 사진을 올린다.


(친구A) "오늘 파도 미쳤다!!"


(친구B) "바람도 안 불고~ 햇볕도 좋았어 ㅋㅋ 진짜 최고!"


부럽다.

나도 가고 싶다.


하지만...

겨울용 웻슈트 없이는

겨울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


추위를 이기려면

.... 웻슈트를 사야 하지만


지금 나는 돈을 아껴야 했다.







(뿅이) "집사가... 슬퍼 보여."


지나가 서핑보드를 쳐다보고 있다.


한숨을 쉰다.


(꾸꾸) "왜 슬프냥?"


(뿅이) "모르겠어... 뭔가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것 같아."


지나가 소파에 앉았다.


멍하니 창밖을 본다.

꾸꾸가 무릎에 올라온다.


(꾸꾸) "냥~ 그릉~"


뿅이도 옆에 앉는다.


꾸꾸를 쓰다듬는다.



(지나) "서핑 가고 싶다.... "


(꾸꾸) "냥?"


(지나) "제주도 날씨 너무 춥지..?

“바람이 많이 불면 겨울바다는 특히 너무 춥거든...

그래서 서핑을 못해"


애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그냥 옆에 있어준다.


뿅이가 지나 다리에 몸을 기댄다.


꾸꾸는 무릎에서 꾸르륵 소리를 낸다.


(지나) "... 금방 봄이 오겠지?"






알바 가는 길.


차 안에서 바다가 보인다.

거친 파도가 친다.


(지나 마음속) '저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데...'


아쉽다.

정말 아쉽다.


서핑하고 싶다.

파도 타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못 한다.



그래도.


(지나) "봄이 오면..."

"다시 서핑할 수 있어.!"


봄이 오면,

따뜻해지면,

다시 바다로 갈 수 있다.


봄이 오면 아르바이트도 관두게 될거고,

여유도 지금보다 더 생길거니까...



(지나) "지금은 기다릴 시간이야."


알바해서 돈 모으고,

사업 준비 계속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나) "그래... 조금만 더."


"겨울은 금방 지나갈거니까~ 아자아자!"

액셀을 밟았다.




다음 날 아침.

똑같은 출근 길


창밖으로 겨울 바다가 보인다.

바람이분다.


휘이이잉---

이 전날과 달리

거쌨던 파도가 잠잠해졌다.


(지나) " 오늘 날씨 좋네...

역시 날씨 좋은 제주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 “


“나도 힘내자.!"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참아야 하는 순간이 있고..

누구에게나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특히 이번 겨울은

제주살이를 시작한 입장에서

조금 더 특별하고.. 조금 더 힘이 들었다.


제주의 바람은 거칠고,

스산한 하늘은 마음도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제주의 봄은 너무나 아름답고

햇살이 따뜻하며, 모든 생명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조금만 기다리면

따뜻함 봄이 온다.


그리고 따뜻한 봄이 되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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