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봐주던 길냥이들이 있었다.

제주에 내려와서 나는 고양이의 대모가 되었다.

by Gina


제주공항 인근에는

아주 광활하고 넓은 활주로가 있다.


활주로로 사용되는 넓은 부지는

사람이 접근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감싸여 있고, 그 주변으로는 공터가 대부분인데 도로와 인접하지 않았다.



렌터카 사무실과

공장부지, 창고부지가 있는 한적한 마을,

그 구석 한편에 마당이 넓은 펜션이 부모님 집이었다.


펜션을 지은 곳은

차도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 곳.

이런 땅에 투자하신 어머니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펜션과 그 바로 옆 렌터카회사까지만 작은 길이 깔렸고,

그다음으로는 비포장도로라서,

펜션 손님, 또는 렌터카 사무실을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면 그 길은 언제나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젠가부터 작은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어느 날,

뿅이가 돌담 위에서 멈췄다.


밑을 빤히 쳐다본다.


(지나) "뿅아, 뭐 봐?"





고양이였다.


얼룩무늬 고양이가

마당 한쪽을 지나가고 있었다.


(뿅이) "..."




(길고양이) "냐옹?"


뿅이는 으르렁거리지도,

도망가지도 않고,

그냥... 쳐다보고 있었다.



얼룩이는 뿅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은 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뒤로 가끔 보게 되었다.


아침에 산책 겸 마당을 나가면,

길고양이들이 집 근처를 지나간다.



얼마전에

뿅이가 빤히 쳐다봤던


얼룩무늬 고양이,

그 뒤를 졸졸 쫓아가는 하얀 새끼 고양이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길냥이들 같았다.



(지나 머릿속) '동네 길냥이구나. 새끼들 너무 귀엽다'


새끼 냥이들이 있어서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 되었다.


얼룩무늬 고양이가 큰 성묘라서

엄마인지

아이들이 무럭 무럭 크도록 돌봐주고 있는거 같은데....



(지나 머릿속) '같이 사는 식구? 같은 걸까? 엄마고양이는 아닌거 같은데?'


길냥이 식구들을 쳐다보면서 가족일까 궁금했다.





동네가 너무 한적해서.. 집도 없다 보니

밥 줄 사람이 없을것 같은데


우리 애들 사료를 조금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나는 '얼룩이'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길냥이들을 자꾸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금 마른 것 같았다.


(지나) "배고픈가 보네..."


집에 남은 사료를 조금 꺼냈다.


(지나) "여기 먹어봐."


나의 인기척에

애들이 후다다다닥 도망갔다.


(지나) "밥 주려는 건데.......... 이따 줄걸 그랬나"







그 뒤로,

길고양이들이 자주 왔다.


마당에서 애들이 놀고 있는 걸 보면

우리집 마당에 잔디밭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고양이들이 그래도

편안해 하는 곳인듯 했으니까




(지나 마음속) '여기 오면 밥 주는 걸 아는 건가?'


아무래도 사료를 항상

그릇에 놔줘야 할 것 같았다.








창가에서 뿅이가 밖을 본다.


(뿅이) "..."


뿅이를 따라 창 밖을 보니

길고양이들이 밥을 먹고 있다.


꾸꾸도 창가에 왔다.


(꾸꾸) "냥?"


(지나) "저 애들은...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이야."


얼룩이는 새끼들이 밥을 잘 먹는지

자신이 먹는 것보다 애들이 우선인 착한 냥이였다.


창밖의 길고양이들.

창안의 우리 고양이들.


같은 고양이인데,

다른 삶을 사는 아이들.



뿅이와 꾸꾸는

펜션 앞마당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길냥이들과 분명 부딪혔을 텐데,

서로 인사는 했는지

애들과 사이가 어떤지 궁금했다.





우리 꾸꾸와 뿅이는

더 이상 집냥이가 아니다.


참새도 노려보고, 벌레도 잡고,

귀뚜라미를 갖고 놀며,

메뚜기도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뿅이는

마당에서 노는 걸 즐기게 되었다.


아침에는

창문을 열어달라고

창문앞에서 대기하고 기다리기도 했다.


유기묘였던 뿅이..

가출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지만

항상 집에 돌아와주었다.


마당생활을 잘 해주는게 여간 기특했다.


거기다 사냥까지..

귀뚜라미를 잡아서 선물해주기도 했다.


애들을 믿다보니 걱정도 없었다.


(뿅이) “캬악 캬악! 너 일루 안 와?”


뿅이는 참새 사냥을 하는 것일까,


사냥할 때 내는 특이한 소리를 내면서

살금살금 다가가고 위협하고 점프하길 반복했다.


(지나) "혼자 잘논다 ㅋㅋ 웃기네"





뿅이가 마당에서 자꾸 캬악거리다 보니

동네 길냥이들도 뿅이한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뿅이도 냥이들한테 관심이 있는지

가까이 다가가곤 했다.



새끼냥이들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건지

머리통은 주먹만 하다.


정말이지 귀여운 생명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새끼고양이란...

눈길을 뺏길 수밖에 없는 생명체였다.



(지나) “넌 엄마도 아닌 거 같은데? 착하네? ^^”



나는 반가움에 인사를 했지만

얼룩이는 볼 때마다 경계심을 잔뜩 세우며 화를 냈다.


(길냥이) “다가오지 마! 캭!”


눈에서 ‘가까이 오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를 내쫓으려는.. 경계심이 엄청 심한 고양이였다




처음에 봤을 때는

정말 저 멀리서부터 ‘캬-악’ 거렸다.


해코지 하려는 사람으로 보였던 것일까....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했던 것인지,

아니 쓰레기를 뒤지다 혼나본 경험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길냥이한테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된 상태 같았다.




2~3번 사료 주고 나서는

이제 눈도 마주치지만..

50cm 가까이 접근하면 여전히 캬악질이다.


손으로 사료 주다가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인지,

욕심을 부린 대가로 녀석 손톱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래도 길냥이 '얼룩이'와 가까워지니

점점 몰려오는 아가들..

새끼고양이는 앙증맞을 정도로 인형같이 귀엽다.



새끼냥이는 아직 겁이 많다.




(지나 머릿속) '에휴.. 너희들 앞으로 길에서 계속 살아야하는데 어떡하니..'


태어날 때부터..

길거리생활이 정해진 아이들...


세상은 가혹하다.


나도 돌봐줄 수 있는 가족은

꾸꾸와 뿅이가 한계였으니까. 더 돌봐줄수는 없었다.


길거리 생활은 너무 힘들 텐데...


너무 일찍 버려진 것 같아 걱정이 컸다.


(지나 머릿속) '그래도 얼룩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도 냥이들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겁쟁이 꾸꾸도 옆에서 구경 중이다.


신기한 냥이들 구경..


너도 고양이인데...


(지나) "혹시 꾸꾸야, 너 고양이라는 자각이 있니?"


(꾸꾸) "??"


우리 꾸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나) "애들 우리 마당에 자주 오면 좋겠다. 그치? 오래오래 건강하게 크는 걸 보고 싶어"


(지나) "사료 조금씩이라도 와서 먹고 ~

배고플때는 언제든지 찾아와 애들아~"


길냥이들의 나의 마음을 알아줄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마당은 안전하니까

자주 놀러왔으면 좋겠다.


괜찮으면 한쪽 구석에 자리 잡아도 괜찮고 :)




뿅이랑 꾸꾸는

길냥이들을 싫어하지 않는 거 같으니

앞으로도 자주 볼 날이 많을 것 같다.




(지나) "뽕아 어서와~"


(지나) "우리도 간식 먹자~"

들어오는 뿅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도 한가롭게

동네마실을 다녀왔나보다..


매일 매일

나의 하루는

뿅이와 꾸꾸와 함께다.


우리가 함께하는 삶은 이렇게 평화롭다.

이전 15화마당냥이 : 고양이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