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이는 나의 가족이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꾸꾸와 함께한 지 4년.
나는 스물다섯 살이 되었고, 꾸꾸는 4살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 새로운 식구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예쁘고 새침한
하얀 털이 고급스럽게 빛나는..
도도한 하얀 고양이. 뿅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큰 고민이 생겼다.
미국으로 10개월 정도 유학을 가야 했는데,
꾸꾸를 미국까지 데려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지나 마음속) '꾸꾸를 어떡하지?'
나는 꾸꾸를 입양하면서 평생 책임지기로 약속했고,
미국 유학은 대학원 준비로 꼭 가야 했었던 터라...
친구들한테 부탁하려고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었다.
(지나) "내가 고양이용품 다 있으니까, 같이 살아주기만 하면 돼!"
"사료랑 아이한테 필요한 거 다 사서 보낼게!"
엄마한테 맡기려면 제주로 가야 했는데,
엄마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부탁하기엔 어렵겠다 싶었다.
그때 마침 친한 대학 후배가 연락을 해왔다.
(후배) "누나, 저 고양이 키워 보고 싶은데, 누나가 유학 다녀오는 동안 꾸꾸 맡아도 될까요?"
(후배) "평생 키우려면 책임감이 필요하잖아요."
(후배) "누나가 유학 다녀오는 동안 돌봐보면서"
(후배) "제가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요."
탁묘.
완벽한 제안이었다.
그렇게 꾸꾸는 후배 집에서 10개월을 지냈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쯤,
후배와 연락을 하다가 특별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후배) "누나, 저 고양이 키우고 싶어요."
(지나) "좋지!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졌구나!!! 하하"
(후배) "정이 너무 들었어요."
"누나가 꾸꾸 데려가면 저는 너무 슬플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와도 이사도 하고 준비할 것 많을 텐데, 그동안에도 제가 꾸꾸랑 살아도 되죠?"
(지나)"그래! 새로운 고양이도 찾아야 하니, 누나가 도와줄게! 찾아보자!"
후배가 입양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진지하게 많은 얘기를 나누며
어떤 고양이를 데려올지, 어디서 찾아볼지 고민을 함께 했다.
새끼고양이는 사고도 많이 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꾸꾸를 데리고 키우면서
다 큰 고양이의 뚱한 매력을 알아버린 후배는 성묘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기묘 보호소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유기묘 보호소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우연히 보게 된 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하얀 고양이
아주 새침해 보였다.
털도 장모종으로 털이 긴 편이었는데,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후배) "누나! 이 아이를 데려와야겠어요!"
우리는 하얀 고양이의 이름을 뿅이라고 짓기로 했다.
(지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이니까, '뿅이' 어때?"
(후배) "좋은데요? 일단 유기묘 보호소로 가서 아이 데리고 동물병원부터 갈게요!"
아직도 후배집에 꾸꾸와 뿅이가 같이 있을 때 모습이 떠오른다.
처음 입양하고 집에 왔을 때,
어느 고양이나 똑같겠지만 경계심이 상당하다.
뿅이도 그랬다.
구석에서 멀찍이...
꾸꾸와도 멀리 떨어져서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후배) "누나. 꾸꾸가 있으니 뿅이가 편한 거 같아요. "
"뿅이랑 같이 며칠 더 있다가, 뿅이가 마음을 열어주면, 꾸꾸를 보내도 될까요?"
뿅이에게 시간을 주었다.
유기묘 보호소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이제는 우리가 가족이니까.
새로운 집에서 적응할 시간이었다.
천천히 꾸꾸와도 인사를 하고
후배와 가족이 되어 가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말이 통하는 고양이들끼리 있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뿅이가 편해져 갈 때쯤
꾸꾸는 후배랑 뿅이와
이별을 하고, 원래 내 곁으로 돌아왔다.
(후배) "꾸꾸야 잘가 ㅠㅠ 누나 꾸꾸 진짜 매력냥이에요.."
(지나) "꾸꾸야, 우린 집으로 가자.!!"
(꾸꾸) "... 냥?"
1년 만에 만났는데,
나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지나 마음속) '진짜... 이렇게 잊을 수가 있어?'
(지나) "어우야! 배신이다... ㅠㅠ 누나가 얼마나 꾸꾸 널 그리워했는데!!"
(지나) "어쩜 ㅋㅋㅋㅋ 나보다 후배 너를 더 좋아하게 되버렸네! 고맙다 진짜 ㅎㅎ 꾸꾸가 행복했었나봐"
(후배) "행복했다니 다행이네요! 꾸꾸야 잘 지내!"
대학원에 입학을 했고,
꾸꾸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몇 달 뒤, 어느 날
대학후배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
(대학후배) "누나. 저 잠시 동생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뿅이 맡겨주실 수 있을까요?"
(지나) "그럼! 당연하지. 누나가 돌봐줄게 ^^"
그렇게 꾸꾸의 가족.
바로 나에게 2번째 고양이. 뿅이가 생긴 것이었다.
사실 잠시 맡는 거라고 생각했다.
몇 달... 그러다 1년...
후배는 대학원 준비를 하면서 고향으로 내려갔고,
동생네 가족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뿅이를 데려가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서 뿅이는 완전히 내 가족이 되었다.
(지나 마음속) '어쩌다 보니... 2 마리네?'
(후배) "누나.. 미안해요. 아직 취업이 안정해져서... 저 취업하고 혼자 자취하면 뿅이 데려갈게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1마리에서 2마리로 가족이 늘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꾸꾸와 뿅이가 워낙 잘 지냈으니까.
그리고 나도 이미 정이 들어버려서, 뿅이와 꾸꾸와 함께 사는 집이 당연했다.
뿅이의 미모는 물이 올랐고,
살도 찌고 이뻐지면서, 꾸꾸와는 다른 고급 품종묘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었다.
역시 품종묘와 코리안숏헤어.......... 차이는 다른 것일까.
털에는 윤기가 흘렀고, 마냥 뚱뚱해지지도 않고 부잣집 아가씨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스물아홉까지 살면서 서울생활을 했고,
우리는 다 같이 제주로 이사하게 된 것이다.
뿅이는 이제 제주에서의 삶도 익숙하다.
제주로 처음 올 때는
입양당시 모습처럼 경계심이 엄청 심했지만
지금은 아주 편안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뿅이는 일단 창문 앞에서 대기한다.
바깥을 바라보면서 무언의 시위? 같은 모습으로 한참을 그대로 있는다.
(지나) "뿅아, 창문 열어줘???"
(뿅이) "...."
대답을 하지 않지만,
밖을 빤히 보고 있는데... 열어달라는 눈치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주면,
좋다고 바로 나가버린다.
가볍게 산책을 하듯이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높은 돌담으로 올라가 앉아서 바깥에 구경한다.
볼 때마다 신기한 모습이다. 자유로운 영혼이랄까?
처음에는
펜션 옆 렌터카사무실로 달려갈까 봐 걱정했다.
고양이가 달려가다가 로드킬 당하는 사건도 많았기에..
렌터카 주차장에서 사고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집을 들락날락 거리듯
가게 안이라도 들어가면 더 큰일이고...
그래도 똑똑한 우리 뿅이는 내 생각과 달리,
주변 공터나 텃밭을 돌아다니고는 했다.
돌담 위를 지나면서
집 근처 고양이 쨱쨱이랑 으르렁거리고,
가끔은 길고양이 아기들한테 말을 걸기도 한다.
집 근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집에 돌아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열려있는 지하실 창문으로 들어와
집으로 돌아온다.
가벼운 동네산책 정도랄까?
(지나) "뿅아, 너.. 시골냥이의 삶도 잘 어울린다???"
(뿅이) "............ (무언의 표시:말걸지마라)"
대답 대신,
오늘도
마당으로 나가는 뿅이다.
유기묘 보호소에서 온 뿅이.
서울에서 함께 살다가, 지금은 제주에서 함께 산다.
(지나) "너 설마.......... 유기묘 된 것도 니가 집 나간 건 아니겠지?"
웃으면서 뿅이가 하는 행동을 보게 된다.
그래도 항상 세상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자니까.
내가 입양해오지는 않았지만,
반려묘로 가족으로서 오래오래 지냈으니까.
(지나) "가족으로 받아줘서 고마워!"
(지나 마음속) '항상 이렇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