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출근과 퇴근. 매일 지하로 내려가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하루였다
공채 준비.
사실 당연한 순서였을지도 모르겠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을 거쳐, 본래라면 석사학위와 함께 졸업했어야 했지만, 나는 졸업장을 포기하고 자퇴한 20대 후반의 여자였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대학졸업생들이 하는 취업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다행히 추천을 받아서 공채 서류를 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필요한 서류를 채워 넣고 면접 날짜가 다가왔다.
블로거라서 좋은 점은 면접 날에도 더 있었다.
면접에 필요한 메이크업마저도 블로거니까 쉽게 할 수 있다는 점? 미용실이든 에스테틱이든 블로거에게는 체험기회가 있었다. 물론.... 증명사진도 블로거로 협찬받아 촬영을 했다.
면접날... 깔끔하고 단정해 보이는 블라우스와 면접의 정석 같은 슬랙스를 입고, 오피스텔을 나섰다. 전문가에게 메이크업을 받아 남들보다는 공들인 듯한 첫인상을 장착하고 면접장을 향했다.
청담, 어느 한 건물..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안으로 들어가 면접장이 있는 7층으로 향했다.
유학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짧은 어학연수와 일본어, 영어실력을 밑천 삼아 대학원까지 나와서 이 회사에 입사하게된 포부와 나의 강점들을 차분하게 쏟아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합격이에요. 원래는 따로 연락을 할 예정인데, 1조에서 바로 합격자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 사원 등록 서류랑 부서 안내 문자 보낼게요. 수고했어요"
나는 늦은 나이에 직장인이 되었다.
지하철 인파 속에 섞여 생각했다.
이제야 비로소 남들처럼 평범해졌다고.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준비를 하며 화장을 하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
그렇게 하루하루 보람차게 일을 하면서,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평온한 하루를 보내겠지....
첫 직장에 입사하는 설레임과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었다는 안도감이 내안에 아무도 모르게 쌓여갔다.
처음 3개월은 인턴십 과정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배울 것들을 배우고 맡은 일을 한다.
인턴 사원한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선배와 동료들 사이에서 눈치껏 일하고 뒷정리를 잘하며, 출근시간에 지각하지 않고, 점심시간에 사람들과 무난하게 섞이며 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저 남들만큼, 문제나 실수를 만들지 않도록 딱 평균만큼만 해내며 정직원이 되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찍히는 월급은 기분 좋은 달콤함이었고, 내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월세를 낸다. 생활비를 어느 정도 계산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쓸 수 있는 여유자금도 계산해 두고, 한 달에 얼마를 저축하고 해외여행을 갈지 계획을 세운다.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 똑같은 일상..
언제부터 하늘을 보는 걸 잊은 걸까.. 싶을 만큼 지하도로 내려가 지하철을 탔다. 서울의 직장인들은 당연하게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하는 일상이었다.
어떤 날은 정신없이 흘러갔고, 어떤 날은 지루하게 흘러갔다.
늦은 밤, 지하철 역사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길.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무엇을 더 살까 고민하고, 머릿속으로는 여유 자금이 나를 얼마동안 버티게 해줄지 계산기를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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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의미 없는 회의와 쌓여가는 서류들. 사원증이라는 그럴싸한 목걸이를 걸고 있었지만, 사실 이 모습 또한 블로그 속의 화려함처럼 또 다른 '겉멋'이자 ‘허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대로가 맞는걸까..
나는 이 길 위에서 평생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나는 나약한 사람일까?
첫 직장인데.... 이제야 1년이 되었는데.. 대체 어떤 일을 해야 적성이 맞는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서울에서의 삶은 돈이 많이 들었고, 과연 나는 얼마큼의 저축을 할 수 있을 지 생각하면 막막함만 쌓여갔다.
시간은 계속 빠르게 흘러갔다.
내가 원하는 삶은 대체 언제쯤 시작되는 걸지 두려워졌고, 어떤 일을 해야 만족할 수 있을 지 막막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이대로.. 일단은 이대로 이어가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