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웠고, 귀찮고, 모든 게 싫어진 순간이 다가왔다.
끝이 보였다.
블로그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찬란하고
나에게는 언제나 즐겁고 행복했던 공간이...
'위대한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집처럼
언젠가부터 허상이 되었고,
화려함 속에 속이 빈 것 같은 더 이상 '나'라는 존재가 없는 것만 같았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는 블로그에 글을 썼다.
시작은 소박했다.
처음에는 일기장 같은 끄적거림의 공간이었고, 20살 풋풋한 제주 소녀가 서울에서 겪는 설렘 가득한 일상들을 나열해두는 일기장이었다. 대학생 시절 내내 실험노트와 공부 기록을 작성해 두는 공간이었고, 동아리 활동, 축제, 친구들과의 소소한 여행 등의 학과생활들이 기록되었다. 대학원생이 되었을 때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들을 작성해두고 공부하면서 연구노트를 썼고, 답답한 일상을 탈출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었다.
그 후로도
즐겁게 놀고 행복해하는 기록들을 남겼다.
여행을 했던 기록들을 남겼다.
빛나던 순간의 감정들이 오롯이 그곳에 담겨 있었다.
나의 26살..
나의 27살..
나의 28살..
그때까지는 좋았다.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내 블로그는 언젠가부터
네이버 마케팅의 노예가 되었다.
노출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사람들이 찾는 글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상에 수두룩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마케팅 가이드라인...
블로그 상위노출 방법...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 역시 그 규칙을 따르게 되었다.
그것이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잃어버렸고, 나의 일상을 담아내던 공간은 정보성 글만 가득한 공간으로 바뀌어 갔다.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방문자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관심받을 글만 골라 썼다.
나는 나의 글을 잃었다.
나만의 문체, 나만의 스타일, 사람들이 재밌게 읽어주었던 '나로서 느낀 경험'이 담긴 글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따분하고 미적지근한 내용뿐이었다.
업체들을 홍보하는 광고식의 리뷰들이 채워질수록
나의 블로그는 정체성을 잃어갔다.
지독한 권태가 찾아왔다.
1,500자를 채워가는 것은
억지스럽게 내용만 늘리는 글이 되었다.
간신히 적어낸 1,000자의 글..
할당량만 채우면서
사진만 나열하게 되는 무의미한 글들이 많아졌다...
블로그에 대한 애정은 차갑게 식었고, 나는 나의 분신과도 같았던 공간과 점점 멀어졌다.
.
.
2013년 겨울,
나는 블로그를 닫기로 했다.
수천 개의 글, 수만 장의 사진,
2006년부터 7년간 쌓아온 블로거의 삶..
모두 삭제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만의 공간이었던 곳에..
나를 잃어버리게 만든 글들에 지쳐서
나만의 공간이었던 곳에서 나를 잃어버리게 만든 글들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시스템을 강제 종료하듯, 나의 블로그를 '리셋'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