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의 낮과 블로거의 밤

직장인과 블로거, 두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었을까

by Gina



회사생활을 하면서 답답함이 쌓여갔다.


이제 겨우 1년....

특별히 못 견딜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다. 가끔 야근이 있긴 했지만 잦은 일은 아니었고, 하루하루 똑같은 업무를 반복했다. 하지만 회사내에서도 실적이 중요했기에... 무언의 보이지 않는 압박은 존재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나아질거야'... 그래도 첫 직장이니까, 내 회사니까 좋아질거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회사에서 지쳐가던 나는

블로그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


언제나 그랬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힘들고 좌절하던 그 때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에 대한 부담감에 잠을 설칠 때에도, 나는 블로그에 항상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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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회가 되어 주던 공간이었다.

항상 나를 새로운 즐거움으로 이끌어주고,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공간이었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주변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풀기보다는, 블로그에 나의 일상을 적으면서 위안을 받았다.



그곳은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소중한 기록 저장소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파워블로거로 살던 나의 화려했던 시절...

화려한 조명이 천장에서 반짝이고, 조명이 반사된 빛들로 어지러운 파티장에서 블로거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다. 칵테일과 와인을 마시며, 맛있는 음식들을 즐겼었다. 카메라 셔터속에 악세사리로 치장한 나는 웃으면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행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파워블로거로 살수가 없다.


더이상 욕심을 부리면서 블로그에서 살아갈 수 없다.


회사 생활과 블로그를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체를 방문하고, 촬영하고, 리뷰를 작성해야 했다. 블로거로서 살아가려면 퇴근 후 시간을 통째로 갈아 넣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생활은 나에게 월급이라는 보상을 주었고,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은 더 이상 나에게 예전만큼의 가치를 주지 못했다.


한때 블로그가 내 인생의 '전부'이자 '일'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과 타협하며 조금씩 놓아줄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블로그를 지키고 싶었다.


지독한 미련이 남았다...


그래도...


그 곳에서의 내가 아직 그대로인데...

내가 멈춰버리면.. 수년간 쌓아온 나의 세계가 한순간에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그 미련은 자꾸만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시간적 여유가 사라지자, 나는 체험 위주의 글 대신

정보성 글을 올리며 어떻게든 블로그의 생명을 연장하려 애썼다.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기를 바랬고, 줄어드는 방문자 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글을 작성했다.


블로그를 놓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 잊힐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뭐라도 적어야 할 것만 같아서,

이슈가 될 만한 글,

사람들이 찾는 최신정보를 찾아 포스팅을 하면서 블로그에 머물렀다.


하지만 나의 미련과 달리 방문자들의 관심은 서서히 가라앉는 게 보였다. 억지로 붙잡고 있는 이 공간은 이제 나에게 기쁨이 아닌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내가 좋아했던 글쓰기가.. 어느 순간부터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지독한 피로감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그 끝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허무함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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