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2

by 자강


아버지께 그의 이마를 내주고 얻어낸 결혼 승낙이 있고 나서 우리의 결혼식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할머니께서는 손녀사위가 전쟁통에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인 것을 마음 아파하셨지만, 조상 대대로 불심이 깊고 성정이 곧은 것을 보시고 그 서운함을 위안 삼으셨다. 결혼 승낙 일주일 후 집으로 사주단자(四柱單子)가 우리 집으로 왔고, 사주단자를 받은 아버지는 봉투를 열어 신랑의 사주가 적힌 자리 아래에 나의 사주를 적어 넣으셨다. 그렇게 쓴 사주단자는 청실홍실로 감싸 잘 묶은 뒤 사랑채 서랍에 넣어 두었다. 할머니는 사주단자를 가져온 이를 후하게 대접하고 노잣돈을 보내는데 정성을 들이셨다. 결혼식은 그의 회사인 신문사에서 신식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기에 사주단자 받는 것부터 함을 들이는 일은 모두 전통 방식으로 하기를 원하신 할머니는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결혼을 축하해 주고 싶은 신 거였다.



"어미 없이 힘들게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 고생만 하고 시집을 가게 되니 이 핼미가 니한테 미안하기만 허구나."



"할머니, 그리 말씀 마셔요. 할머니 덕분에 지 삼 남매 새엄마 들어오고도 편히 지낼 수 있었는 걸유."



"그 사람도 본디 심성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데 즈 자식 사랑이 커서 그런 것이니께 니가 좀 더 이해하고, 우리 손녀 잘 살아야 헌다."



할머니는 서운함과 아쉬움이 그득 묻어나는 눈빛으로 노을 지는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시며 내 두 손을 꼭 잡으셨다. 나도 그런 할머니를 따라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나의 결혼 소식을 전했다. 엄마가 나의 결혼 소식을 들으시고 기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함이 들어오기로 한 날 서울에서 삼춘의 약혼녀와 삼춘이 내려왔다. 삼춘의 약혼녀는 삼춘과 자신보다 우리가 먼저 결혼하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함진아비와 손님들을 대접할 음식을 아침부터 마련하느라 분주했던 할머니와 새엄마 그리고 배 서방네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나오질 못했고, 나는 삼춘의 약혼녀가 해주는 꽃단장을 받느라 분주했다. 서울에서부터 준비해 온 화장품으로 나를 화장시켜 주는 미래의 외숙모는 나를 꽃단장시키는 와중에도 쉼 없이 말을 했다. 신혼살림으로 그릇은 무엇이 좋은지, 이불과 예물은 뭐로 해야 할지 등의 이야기를 연신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이 정도면 서울 명동에서 유명한 미용실에 앉아 수다를 떠는 중매쟁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 무렵이 되어 신랑이 될 그와 함진아비와 신랑 친구로 보이는 이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함 사세요."



건장한 청년 세넷이 외쳐 되는 우렁찬 목소리에 동네는 한바탕 오일장같이 시끄러워졌고 함진아비를 집으로 들이기 위해 우리 집 사람들과 신랑 쪽 사람들의 힘겨루기가 있었다. 이윽고 대문을 들어선 함진아비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사랑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수고비를 챙겨 넣으신 봉투를 함진아비의 양복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함진아비는 짐짓 못 이기는 척 바가지를 깨며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을 노렸다는 듯이 삼촌과 기만이 기창이 성훈이 기호까지 우리 집 남자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함진아비를 둘러메고 안채 대청마루로 향했다. 그렇게 함을 들이고 함을 받은 신부인 나는 노랑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고 나와서 함을 열어 보시는 아버지 옆에 앉았다. 아버지는 혼서지와 채단을 써내 할머니께 건넸다. 혼서지와 채단을 살펴보신 할머니는 흡족해하셨고 이로써 함을 들이는 일은 마무리됐다.



"함 들고 오느라 고상혔지? 어여 올라 가들 앉드라고."



아까까지 함을 들이는 과정에서 옥신각신하던 신랑 쪽 사람들과 우리 집 남자들이 대청마루에 둘러앉아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그렇게 왁자지껄 함을 들이고 사흘 후 그의 신문사에서 우리는 신식 결혼식을 올렸다. 연지 찍고 족두리 쓰고 활옷 입고 병풍 둘러친 전통혼례식을 못내 아쉬워하셨던 할머니도 머리에 화관과 면사포를 쓰고 새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내 모습에 흡족해하셨다. 주례는 신문사 국장님이신 문 선생님께서 맡으셨고, 사회는 삼춘이 맡았다. 삼춘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축하객들이 웃게 만들었고 우리의 조촐한 결혼식은 그렇게 풍성하고 웃음이 가득했다. 식이 끝나고 우린 삼춘 차로 만든 웨딩카를 타고 남산을 드라이브한 후 신혼여행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신혼여행지는 세종 임금이 사랑했다던 온양온천이다. 우리는 온천에서 신혼 첫날밤을 치르고 다음날 현충사를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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