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오는 길

정말? 진짜?

by 정서하

요즘은 예전보다 조금 느리게 살려고 한다.
무엇이든 빨리 해내야만 마음이 편했던 때가 있었다.
집안일, 회사일, 인간관계까지 모든 게 ‘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 안에서 나는 늘 긴장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빨리 달린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잠시 하늘을 본다.
그 짧은 순간이 하루의 시작을 바꾸어놓는다.
커피포트가 끓는 소리, 아이가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며 내는 서두름까지도
이젠 소음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여전히 벅차다.
모든 걸 완벽히 해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이것만 하면 돼. 그걸로 충분해.”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이고 나면
세상이 그제야 한결 부드럽게 다가온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공원을 걷는다.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던 나를 아이가 잡아끄며 말한다.
“엄마, 하늘 봐. 구름이 하트 모양이야.”
그 말을 듣고 올려다본 하늘에는 정말로
하트처럼 부푼 구름이 떠 있었다.
순간, 마음이 따뜻하게 녹았다.
‘그래, 이런 순간이 바로 삶이구나.’

나에게로 오는 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길은 똑바로 뻗어 있지 않고, 때로는 굽이치고, 멈춰 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길 위에서 비틀거려도 괜찮다는 걸.
누군가의 엄마이면서, 아내이면서, 그리고 여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일은
결국 같은 길 위에 있다는 걸.

오늘도 나는 하루의 끝에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의 나는 괜찮았니?”
그리고 조용히 웃는다.
“응, 그래도 꽤 괜찮았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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