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늘 정신없다.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보고, 아이를 깨우고, 도시락을 챙기고, 세탁기를 돌린다.
남편이 서둘러 출근하고 나면,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는다.
곧 나도 출근해야 한다.
지하철 안에서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늘 피곤하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눈은 핸드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고, 어깨는 굳어 있다.
누가 먼저 말을 걸어도, 누가 다가와도
서로의 피로가 먼저 느껴질 것 같은 공기다.
회사에 도착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메일 확인, 회의 준비, 보고서 작성.
점심시간이 와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식당에서 마주 앉은 동료들과 웃고 떠들지만
그 웃음 뒤에는 늘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해방감보다 피로감이 먼저 찾아온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엄마’의 시간이다.
아이의 숙제를 봐주고,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다.
손끝이 따뜻한 물에 잠겨 있을 때,
문득 “오늘 하루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할 일이 머릿속을 채운다.
빨래를 개고, 내일 입을 옷을 챙기고, 냉장고에 재료를 정리하고 나면
시계는 이미 자정을 넘겨 있다.
하루는 참 빠르다.
정신없이 흘러가고,
잠시 멈춰 서면 이미 다음 날이 와 있다.
그렇게 며칠, 몇 달, 몇 년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예전엔 ‘바쁘게 산다’는 말이 부지런함의 증거처럼 들렸지만
이젠 그 말이 조금 슬프게 느껴진다.
바쁘게 산다는 건, 그만큼 나를 돌아볼 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나는 언제부터 내 하루의 주인이 아니라,
그저 하루를 버티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멈춰 서면 세상이 나를 놓칠까 봐,
그래서 더 서두르고, 더 열심히 움직였던 건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날일수록 마음은 공허했다.
어쩌면 인생의 속도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닐까.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나도 믿고 싶다.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건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엔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를 생각이다.
단 1분이라도 나를 위한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
그 1분이,
내 인생의 속도를 조금은 바꿔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