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해냈어!
하루가 또 저물었다.
거실 불을 끄고 방 안으로 들어오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시간이 찾아온다.
식탁 위엔 설거지를 미처 못한 컵이 하나 놓여 있고,
세탁기 안엔 아직 덜 마른빨래가 남아 있다.
예전 같았으면 그걸 보며 한숨부터 쉬었겠지만
이제는 그냥 그대로 둔다.
내일 해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안다.
침대에 앉아 오늘 하루를 떠올려본다.
별일 없는 하루였지만, 그 속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이를 깨우고, 도시락을 싸고,
출근 준비하는 남편에게 커피를 건네고,
다시 쌓인 그릇들을 씻고, 서류를 정리하고,
저녁엔 밥을 차리고 식탁을 치웠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해낸 사람은 바로 나였다.
가끔은 내 삶이 끝없는 반복처럼 느껴진다.
오늘과 내일의 구분이 흐려지고,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문득 생각한다.
이렇게 매일을 살아내는 것도
결국은 대단한 일이라는 걸.
창문 밖으로 희미한 불빛이 스며든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골목을 지나는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상 모든 사람도 지금 이 시간,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을 것이다.
다들 조금씩 지쳐 있지만, 그래도 살아내고 있다.
나는 조용히 내 손을 바라본다.
하루 종일 물에 젖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던 손.
조금 거칠지만, 이 손이 나를 지탱해 왔다.
그 사실이 왠지 든든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오늘도 잘 해냈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큰일을 하지 않아도,
이 하루를 버텨낸 나 자신에게.
불을 끄기 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조금은 지쳐 있지만 예전보다 부드럽다.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려 있다.
그걸 본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수고했어. 내일도, 천천히 잘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