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팀에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내려갔다. 입사한 지 몇 달 안 되는 장 사원이 나보다 앞서 총무팀에 들어가려는 듯했다. 장 사원 다음에 들어가기 위해서 보폭을 줄이며 걷는데, 갑자기 '끼이익' 하는 불쾌한 마찰음이 들렸다.
장 사원은 크게 당황하여 유리문 손잡이를 잡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문 앞에 선명하게 붙어있는 '당기시오'를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장 사원이 문을 미는 순간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바닥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총무팀 직원이 문 앞으로 나와 탄식하며 말했다.
"아이고... 이 문은 꼭 당겨야 하거든요. 바닥 타일이 조금 튀어나와 있어서..."
"아, 죄송합니다."
장 사원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난감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분명 장 사원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문을 힘껏 밀었을 것이다.
3년 전의 나처럼...
.........
3년 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에게 소개팅이 들어왔다. 지금보다 어수룩했지만, 마음만은 열정이 넘치던 청년이었다. 이상형과의 소개팅에 잔뜩 힘이 들어간 나는, 평소보다 훨씬 멋을 부리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상대가 고른 장소는 연남동에 있는 예쁜 카페였다. 지하철에서 내려서도 꽤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고 처음 가본 동네라 그런지, 약속 시간보다 3분 남짓 늦어버렸다.
미리 가서 자리 잡고 한숨 돌리며 기다리려고 했는데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급해졌고, 빠르게 걸어오느라 이마에는 살짝 땀이 맺혔다. 약간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리 카톡을 보내놓았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상대방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우아한 모습에 나는 들어가기 전 헛기침을 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성큼성큼 카페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에게 멋진 첫인상을 주기 위해 힘차게 문을 밀었다. 그날의 나는 오늘 장 사원이 총무팀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PULL이 아니라 PUSH를 한 것이다.
"끼이이익- "
소름 끼치는 마찰음. 카페 문이 낡은 건지, 바닥에 문이 걸렸는지, 문은 굉음을 내며 중간에 멈춰버렸다. 순간 카페 안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는 것 같았다. 망했다. 멋지게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유리문 뒤에 엉거주춤 서서 카페 안을 바라보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안쪽에서 카페 사장이 나와 문을 살짝 들어 바깥쪽으로 밀며 말했다.
"아, 괜찮으세요? 이게 당기는 문인데요. 미는 분이 많으셔서 고장이 난 것 같아요. 오늘 기사님이 오셔서 고쳐주신다고 했는데, 아직 안 오시네요. 죄송합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그제야 '당기시오' 글자를 본 나는 간신히 들어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를 기다리던 그녀는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고, 나 또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날 소개팅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했는지, 커피를 코로 마셨는지 입으로 마셨는지, 심지어 커피를 마셨는지 조차 가물가물했다. 그저 문 앞에서 버벅거리던 나의 모습만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고, 자책감에 빠져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그날 이후 이상형이었던 그녀에게서는 두 번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
씁쓸했던 소개팅의 기억이 총무팀 앞에서 있었던 일을 보며 다시 되살아났다.
나는 이제 그때의 어설픈 내가 아니다.
"장 사원님, 문이랑 밀당하는 거예요? 하하 그 문 살짝 들어 올리면서 당기면 잘 열립니다."
나는 그에게 팁을 알려주고 몸소 보여주며 유유히 총무팀으로 들어갔다.
장 사원은 입을 딱 벌리고 나를 존경의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꾸벅 인사를 했다.
문 하나 제대로 열지 못해 쩔쩔매던 과거의 나는, 이제 이런 돌발 상황도 위트 있게 처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일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제는 그녀의 연락처가 남아있지 않은 휴대폰을 바라봤다. 그날의 그녀는 어디서 잘 살고 있을까?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진짜 멋진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을 텐데...
분명한 것은 그녀의 기억에 '연남동 카페 문 앞에서 낑낑대던 남자'는 전혀 없으리라는 사실이었다.
"문은 잘 당기며 살고 있지?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