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19살, 프로테스트를 참가할 수 있게 된 첫 해.
무조건 1년 내에 프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 올해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해도 꼭 올해 안에 해내고 싶었다.
주변 선배 언니, 오빠들을 보면 첫 해에 프로가 되지 못하고서 잘 풀리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 해에 따내지 못하면 다음 해엔 한 살 어린 동생들과 함께 테스트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식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재수'와 결과가 다를 바는 없지만 테스트는 수능처럼 기회가 일 년에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2011년 기준 테스트 2번과 점프투어를 통해서도 가능) 다음 해에도 테스트를 본다는 건 한 해 동안 있었던 기회를 모두 놓쳤다는 걸 의미한다.
준회원은 국내에서 프로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격이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부터 역경을 겪는다는 것은 앞으로 거쳐야 할 미래의 긴 과정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암시한다고 생각했다.
즉, 준회원 선발전에서부터 1년 내내 고초를 겪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타고난 자질을 나타내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고, 그랬기에 반드시 최소한 그 해에 프로가 되고 싶었다.
그걸로 나 스스로도 나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일찍 프로가 된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뭐 일찍이 프로라고 불릴 수 있다는 점?
참가할 수 있는 시합의 개수가 좀 더 늘어난다는 점?
시합을 뛰어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점?
그저 스스로 의심하고 있던 자질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3월 말 1차 테스트가 끝났고,
약 2주 후, 4월 중순 1차 점프투어(=3부 투어) 시드전이 열렸다.
예선 하루, 본선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시드전에서 시드권을 획득해야만 3개의 디비전을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이후 3차례의 디비전에서 종합 상금랭킹 상위권을 차지해야만 프로자격을 따낼 수 있기 때문에 시드전은 테스트와 같은 수준으로 매우 중요하다.
시드전에 더 절실한 이유는 시드전에서 떨어지면 애초에 3개의 디비전이 열리는 기간 동안 아무 시합도 참가할 수가 없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고 두 달을 연습만 하면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두 달의 시간은 물론 다음 시합에 대한 단단한 대비를 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더 큰 중압감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무기력하게 한다.
시합 언제야?라고 묻는 아카데미 동료들에게 두 달 뒤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상금랭킹은 나중 가서 생각하고 일단 당장 시드권부터 따내야 해!..'
첫 테스트 후 겪는 첫 시드전.
테스트는 떨어지면 금방 점프투어 기회가 있지만, 이제 이 시합에서 떨어지면 영락없이 두 달 동안 연습밖에 못한다고 생각하니 테스트보다 중압감은 더 컸던 것 같다.
테스트는 모두 아마추어들이 참가하지만 점프투어는 준회원(세미프로), 정회원(PGA프로)이 모두 함께 출전한다.
프로가 된다고 해서 있는 시합을 다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프로들도 각 투어의 시드권을 따내야만 시합에 참가해 상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프투어(3부 투어)에도 드림투어(2부 투어) 시드권을 획득하지 못한 프로들이 함께 참가한다.(현재는 드림투어는 정회원만 , 점프투어는 준회원, 아마추어로 나뉘어 따로 출전)
팀도 참가자 모두 랜덤 하게 편성되기 때문에 아마추어, 프로가 섞여서 한 조로 나간다.
아마추어자격으로 준회원 자격을 따내기 위해 점프투어에 참가했을 땐 1등을 하더라도 실제로 상금을 받진 못한다. 그 액수는 랭킹에 누적이 되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수령할 수는 없다.
프로자격을 가져야만 비로소 시합에서 골프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점프투어 시드전은 프로자격을 따내기 위해 간절한 아마추어들과 상금으로 돈을 벌기 위해 출전한 프로들의 경쟁이 되는 것이며 그만큼 테스트보다 치열해진다.
내 첫 시드전 역시 준회원, 정회원으로 섞여 구성된 팀이었는데, 당시 내 플레이에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상황에서도 정회원은 수준이 다르긴 다르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도 따라 시합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며칠에 걸쳐 진행된 첫 번째 시드전에서 비교적으로 무난히 시드권을 따낼 수 있었다.
사실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연습이야 늘 최선을 다해서 했지만, 난 이제 그간의 내 경험을 토대로 연습량이 곧이곧대로 실력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믿는 것은 자신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학습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라는 생각이나, '당연히 이 정도는 돼야지'라고 생각할 순 없었다.
어찌 됐건 이제 시드권을 통해 참가할 수 있게 된 세 차례의 디비전에 준회원 자격의 여부가 달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