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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는 아이

10월 2주, 화요일

by thera 테라

내가 찾는 아인 흔히 볼 수 없지.

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

워워 흔히 없지, 예예 볼 수 없지.

그룹 들국화의 '내가 찾는 아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가삿말이 참 이쁜 노래 중 하나라 생각하는 이 곡은

아이들과 함께 할 때면 자주 흥얼거리게 됩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질문 하나를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한 아이는 "나는 장난꾸러기예요"라고 말했고,

다른 한 아이는 "나는 노래를 잘해요"

"나는 착한 아이예요"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들어요"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그 대답들을 들으며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착한 아이'라는 이름을 너무 쉽게 붙여왔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등굣길에 늘 들었던 이야기의

첫 번째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였던걸 보면,

우리의 정체성은 어른에게 순종하고 잘 따르는 어린이의 자아가 뿌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을 잘 듣는 아이,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

떠들지 않는 아이.

그런 아이가 '좋은 아이'라고 여겨지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그렇게 설명하고, 거기에 맞추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하지만 선생님으로서, 나는 다시 묻습니다.

내가 진짜 찾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넓은 세상을 바라볼 줄 알고,

작은 풀잎 하나에도 마음을 담을 줄 아는 아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지나치지 않고 질문을 하고,

같은 결과를 바라보는 것보다는 다르게 생각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아이.

그런 아이는 흔히 볼 수 없다고 노래에서는 이야기하지만

나는 믿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 바로 내 앞에 있습니다.


궁금증에 꼬꼬물 질문을 이어가는 작은 입술도,

그림만으로도 각양각색 다양하게 이어가는 이야기도,

'왜요?'라고 묻는, 가끔은 당돌하기까지 느껴지는 눈빛도,

자신만의 빛깔로 그려내는 알록달록 그림의 손길도

그 하나하나가 내가 찾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나는 매일 아이를 만납니다.

책상 위, 책 속에 그려진 작은 그림들에서

놀이터의 웃음소리 속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빛 속에서

내가 찾는 다양한 빛깔의 모습을 남기고 갑니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당연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작은 것들이 커다란 의미가 되어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내게 가르쳐줍니다.

세상은 정답보다 질문이 더 소중하고,

질서보다 상상이 더 멀리 가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선생님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것이라는 걸.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합니다.

나는 아이를 통해,

오늘도 또 다른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어린이처럼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다'라는 유명화가 피카소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어린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택한 이들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에게 '착한 아이'라는 이름을 너무 쉽게 붙입니다.

말을 잘 듣고, 규칙을 잘 지키고, 조용히 있는 아이를

'좋은 아이'라고 여기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순응과 질서를 강조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는 단지 말을 잘 듣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만의 감정과 생각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질문합니다. "왜요?" "그건 꼭 그렇게 해야 해요?"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탐색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용기입니다. 우리는 그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탐색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품고 그 알을 깨는 경험들의 과정입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질문도, 때론 엉뚱하게 여겨질 수 있는 질문도 수용하고 인정하는 공간은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밑거름이 됩니다.


선생님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아이의 눈빛, 말, 그림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 작은 것들이 커다란 의미가 되어 다가오고,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 보입니다. 그 순간, 선생님은 아이의 시선으로 다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깊고, 아름다운 교육이 됩니다. 이것이 교육의 가장 깊은 본질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내가 생각하는(찾는) 아이'는 어떤 모습인가요?


ㅣ 오늘, 내가 만난 '흔히 볼 수 없는 아이'는 누구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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