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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10월 2주, 월요일

by thera 테라

'선생님, 이뻐요. 공주님 같아요'



아침에 건넨 아이의 그림편지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화려한 왕관을 쓰고, 긴 드레스를 입은 어여쁜

공주님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서툴지만 꼭꼭 눌러쓴 글씨가 종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요.


받아 든 그림 편지에 한참이나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아이의 말이, 그 표현이 너무도 이쁘고 고마와서 아이를 따스히 안아주고,

창가옆 잘 보이는 곳에 소중하게 부착해 두었습니다.


그 후로 아이는 오며 가며 자신의 그림편지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눈빛 속에는 자랑스러움과 애정,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을 예쁘게 그렸어'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다 보면 거울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분주한 하루가 지나기 다반사입니다.

아침을 시작하며 간단히 찍고 바르던 메이크업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아이들이 돌아간 자리들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으면 남는 것은 그날의 피로감과 땀, 그리고 아이들과 나눈 수많은 감정들입니다.

때로는 내일의 수업준비와 깜짝 행사준비로 늦은 밤을 지키다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나 그림책 동화 속에 등장하는 공주는 떠올리기도 힘든 영 딴판의 모습이 되어있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그날,

아이의 그림 속 모습은 화려한 왕관을 쓰고, 긴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이라니

내가 보는 시력과 아이들이 보는 시력에 큰 차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


아이들이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은 어른들이 판단하는 그것과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표현하는 그림 속 주인공은 단순한 외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선생님은 자신을 바라봐주는 따스한 눈빛, 실수해도 다정하게 안아주는 손길,

슬플 때 함께 있어주는 존재였던 거죠.


그림편지는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며 '선생님으로서의 나'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조용히 되묻게 합니다.


'선생님, 이뻐요. 공주님 같아요'

그림편지 속 건넨 아이의 그 말은 가장 따스한 말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오늘도 그림편지 속 공주님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향해 속으로 묻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아이의 그림 속 공주님은 단순한 상상이 아닙니다.

그건 아이가 느낀 따스함, 보호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만든 이미지입니다.

선생님은 매일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보다 먼저 마음을 건네는 존재입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은 아이에게 '예쁜 공주님'으로 기억됩니다.

그건 외모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입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표정, 말투, 손길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림 속에, 말속에, 눈빛 속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선생님으로서의 하루는 늘 분주하고, 때로는 지쳐 있지만 아이의 시선 속 가장 따스한 사람, 가장 이쁜 존재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선생님에게 가장 깊은 위로이자 회복의 순간이 됩니다.


아이의 말 한마디, 그림 한 장은 선생님에게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라고 말해주는 작은 거울입니다.

그 거울을 통해 우리는 선생님으로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 아이가 표현하는 나는 어떤 존재일까요?

아이들이 비춰주는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세요.


| 오늘 하루, 나는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남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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