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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입에서, 나를 만나다.

10월 1주, 금요일

by thera 테라

"자 이제 앉으세요"

"그렇게 하면 친구가 속상하지~ 미안하다고 하세요"

"한 줄 기차, 선생님을 잘 보고 따라오세요"

엄마가 몰래 찍은 영상 속에서, 아이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의자에 인형들을 앉혀놓고

나처럼 말하고, 나처럼 손짓하고, 나처럼 표정 지으며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찡해졌습니다.

아이의 몸짓과 말에, 표정에 내가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앞에서 무심코 흘린 말투, 자주 쓰던 손짓, 아이에게 건넨 감정까지

아이들은 집에 가서도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 나는, 아이의 놀이 속에서 나를 만났습니다.

평소 아이와 함께 했던 모습을 그 아이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기억은 놀이가 되고, 놀이 속에서 선생님으로서의 나를 만났습니다.


가끔씩 아이들과 만들기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선생님 이마에 주름 생겼어요" 라며 내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들려주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얼마나 세심하게 바라보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같은 삶을 공유하는 작은 친구들입니다.

우리가 건네는 말과 감정은, 아이의 언어가 되고 놀이가 되고, 때로는 삶의 방식이 됩니다.


아이들이 건네는 말속에서, 놀이 속에서 그리고 눈빛 속에서 선생님으로서의 나를 만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단순히 흘려듣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마음에 담고, 몸에 새기고, 놀이 속에서 다시 꺼내어 보여줍니다.


작은 인형을 앉혀놓고 "자 이제 않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그저 귀여운 흉내가 아니라

선생님과 함께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그 시간의 따스함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선생님으로서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바쁜 하루 속에서 흘린 표정 하나,

아이를 향해 건넨 감정의 온도까지도 아이들은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삶을 바라보는 작은 거울입니다.

그 거울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이 담겨 있고, 그 모습은 아이의 언어가 되고, 놀이가 되고,

삶의 방식이 됩니다.


"선생님 이마에 주름 생겼어요"라는 말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나는 선생님을 보고 있어요'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 말속에서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깊이 아이의 마음에 남아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아이의 눈빛 속에서, 놀이 속에서, 말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 만남이 따스하고 자랑스럽고 흐뭇한 순간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우리는 아이 앞에서

조금 더 다정한 말투로, 조금 더 부드러운 손짓으로, 조금 더 진심 어린 마음으로 함께합니다.


아이의 마음에 머무는 교사,

그것이 우리가 되고 싶은 진짜 모습 아닐까요.






함께 생각해 볼까요?


* 아이의 놀이 속에서 나를 만났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 모습이 내가 바라는 교사의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돌아보고 싶은 모습이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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