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명한 예능인 중 한 분이 '유치원 교사'의 일상을 패러디한 영상이 화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함에 그녀의 유튜브 채널을 접속하였지요.
사실 그간 그녀의 유튜브 채널에서 풍자한 내용들은 현실을 담기도 했지만 '풍자'라는 단어가 주는 특성상
다소 과장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스크롤하며 하나, 둘 읽어 내려갈 때 그 속에는 참으로 많은 공감과 걱정들을 담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 독감 고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선생님의 소식을 접하며 가슴 한 구석이 내내 먹먹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모든 유아교육 현장이 그러지는 않을 거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고 지나쳤지만,
아마도 이 예능인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교육 현장의 열악함과 그 시선을 조명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영. 유아기 시절의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끝을 알 수 없는 체력전과 감정 노동의 한가운데 서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맑고 순수한 사랑을 아무런 조건 없이 듬뿍 받는 마법 같은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일까요. 댓글 창을 가득 채운 수많은 한숨과 공감의 언어들 이면에는 그 모든 고단함 마저 잊게 만드는 아이들의 찰나의 미소와 온기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기며, 옷자락에 묻은 밥풀을 떼어내고
여유 있는 온전한 점심시간을 누리기 어려운,
1년 365일 중 364일 즐겁게 지내다가도 단 하루의 실수가 부모님에게 원성을 살 수도 있는,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은 물론 안전에도 종종걸음 치는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기꺼이 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이 작은 친구들이 건네는 무해하고도 절대적인 위로 덕분입니다.
며칠 전, 저 역시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책임감을 단숨에 녹여버린 마법 같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재이와 아인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꾹꾹 눌러 적어 건넨 카드 한 장.
그 안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는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고백이 담겨있었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00 원장님이어서 좋아요, 사랑해요"
빠르게 와서 전해주고 쪼르르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 지금.
어른들의 세계에서 누군가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데에는 참으로 많은 이유와 핑계가 뒤따르지만,
내 작은 친구들에게는 다른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필요 없이
그저 자신들의 선생님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토록 온전하고 눈부신 사랑을 내어주니
감사를 넘어 감동과 감탄이 계속 이어지는 순간이었지요.
가끔 스스로에게도, 함께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묻곤 합니다.
"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각자만의 이유들이 있을 테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일 때
그 어느 곳에서보다 큰 웃음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이들과 함께 해온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을 바라보며 오늘 이 작은 친구 2명이 건넨 카드는
이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강력한 '종신 계약서'가 됩니다.
이 사랑스러운 족쇄(?)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고,
매일매일을 변함없이 두 팔 벌려 가장 따스한 포옹으로 작은 친구들을 맞이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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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놓고 자랑 좀 하려니 어여쁜 마음으로 봐주시길요~:-)
유아교육 현장이나 육아의 일상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일은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참 많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영상 속 풍자나 댓글 창의 수많은 한숨이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 모든 고단함을 단숨에 덮어버릴 만큼,
작은 친구들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은 그 어떤 심리적 치유나 위로보다도 깊고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수고로움 속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계실 선생님들,
그리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한 명의 우주를 키워내고 계신 부모님들께 조용히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고단함을 단숨에 녹여버렸던, 아이가 건넨 마법 같은 위로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오늘 하루, 내 곁의 작은 친구가 아무런 조건 없이 보내주는 그 반짝이는 마음에 온전히 미소로 화답하며
서로를 꽉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