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우리는 자연을 찾아 떠납니다.
근처에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나설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 주에는 내 작은 친구들과 숲으로 가, 활짝 활짝 피어난 봄 꽃을 누리고 오겠노라 준비합니다.
우리들의 계획에 방향이 바뀌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날씨 소식',
목요일 내리는 빗줄기는 금요일 오전 9시부터는 멈출 거라는 일기예보에 선생님들은 2가지의 옵션을 준비합니다. 하나는 비가 그쳤을 때를 대비한 활동과, 비가 계속 내릴 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말이지요.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비 소식에
활짝이던 벚꽃구경은 저 멀리 사라지고 이미 벚꽃나무아래 꽃잎들이 그들만의 모자이크를 조각하고 있는 창밖풍경을 바라보며 아쉬움에 몇 번이고 창가로 와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기를 반복합니다.
금요일 아침, 날씨는 우리가 준비한 두 가지 옵션 중 두 번째 활동을 선택하게 합니다.
비 소식에 우리의 바깥나들이가 멈춰질 수는 없기에
학기 초 미리 개인 사물함에 준비된 비옷을 꺼내 입습니다.
아이들은 맑은 날의 숲체험보다 비 오는 날의 숲체험에 더욱 들뜬 모습입니다.
그 마음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인지, 우비를 입고 나서는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집니다.
작은 친구들은 산 입구에서 만나는 청설모와는 처음 만남이 아닌데도, 만날 때마다 그 반가움이 얼마나 큰지
나무 위로 재빨리 오르는 청설모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한참이나 '청설모야~'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넵니다.
뿌리를 드러내며 단단히 지탱하고 있는 자기들의 키보다 훨씬 높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름을 딴 나무이름을 짓고는 하하 호호 즐거운 모습입니다.
봄이 왔나 했는데 그새 지나가려는 봄이 아쉬운 선생님의 마음과 달리,
작은 연둣빛 이파리도, 이제는 선명함을 달리하는 목련꽃도, 개나리꽃도, 벚꽃도
아이들에게는 또릿한 자연으로 다가오는가 봅니다.
한참을 오솔길을 따라가니 너른 광장에 커다란 벚꽃나무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름드리 수십 년을 그 자리에 하고 있었는지, 아이들 여럿이 손을 잡고 둘러야 할 만큼 굵직하고 커다란 나무아래 동그라미를 만들고 '봄비' 노래를 부르며 오늘의 숲체험이 절정에 다다를 즈음.
갑자기 휘익~ 하고 지나가는 바람은 커다란 벚꽃나무에 마지막으로 담겨있던 꽃잎들을 후루루 날려줍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하는 감탄사가 쏟아집니다.
얘들아, 그거 알아?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잡아서 소원을 말하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대.
아이들의 눈빛이 더욱 초롱초롱 빛나는 그 순간,
봄바람은 또 한 번 휘익~ 하고 불어와 이번에는 더 많은 꽃잎들을 후루루 날려줍니다.
여기저기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깡총대며 손바닥이 마주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아.. 놓쳤다."
"선생님, 잡았어요, 잡았어!!"
꽃잎을 잡은 친구와 놓친 친구사이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
여기저기서 작은 소원들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들려옵니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세요.
내 동생이 제 말, 잘 듣게 해 주세요.
엄마가 약속한 자동차 사주게 해 주세요.
비 오는 날, 또 놀러 오게 해 주세요.
저마다의 순수한 소원들이 촉촉한 봄비 사이로
작은 메아리가 되어 숲 속에 번집니다.
저는 00 선생님이랑 결혼하게 해 주세요.
그 와중에 우리 모두에게 큰 웃음을 준 성엽이의 소원은 원으로 돌아와 생각날 때마다 미소를 선물해 줍니다.
모두 모두 이루어져라,
너희들의 소원. 선생님이 응원할게!!
**P.S 성엽아! 너의 소원은 선생님보다 훨씬 이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걸로 이루어져라!! :-)
2026. 04. 10. photo by 테라, 우리 원 선생님들
**special thanks to @플랫폼 작가님
: 봄비에 안녕을 고한 봄꽃들이 아쉬웠는데,
AI 기술로 봄의 한가운데 있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우리 친구들이 되도록 해주신
'함께' 메거진 플랫폼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더합니다. :-)
아이들의 세상은 참으로 명쾌하고 순수합니다.
어른들은 비가 오면 젖은 옷과 질척이는 흙길을 먼저 걱정하지만, 아이들에게 비 오는 날의 숲은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며 마법의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 됩니다.
떨어지는 벚꽃 잎 하나에 가족의 건강을 빌고,
동생과의 사이좋은 내일을 바라고, 선생님을 향한 귀여운 사랑 고백을 담아내는 그 작고 예쁜 마음들은
어른인 우리에게 잊고 있던 긍정과 순수함을 일깨워 줍니다.
혹시 오늘,
뜻대로 되지 않은 일상이나 갑작스러운 비 소식 같은
변수 때문에 마음이 무거우신가요?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날아가는 꽃잎 하나,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에 소소한 소원을 담아보세요.
성엽이의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고백처럼,
때로는 그저 가볍게 웃어넘기는 미소 한 번이 궂은 날씨마저 완벽한 봄날로 만들어 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