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주, 월요일
같은 반 친구를 이번 주에만 세 번째.
아이의 무는 힘이란 그 어떤 압력보다 강하기에
자그마한 입이지만 한번 문 자국은 선명하게 이빨 자국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처음 아이가 친구를 문 날은
장난감을 서로 가지겠다며 작은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자동차를 앞뒤로 굴리며 사이좋게 노는가 싶었는데
갑작스레 한 아이가 갖고 놀던 빨간색 자동차를 서로 갖겠다며 힘겨루기가 시작되었고
그 짧은 2-3초 만에 친구의 손가락으로 입이 갔습니다.
물린 아이는 아픔과 억울함이 동반된 울음을 터트렸고, 문 아이는 '이건 내 거야' 증명이라도 하듯
저만치 떨어져, 우는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블록을 두고 다투다가,
이 자리는 내가 앉겠다며
무언의 힘 겨루기는 어김없이 물고, 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두 친구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장난감도 더 여유 있게 배치해 두었고,
놀이 동선도 중복되지 않도록 선생님이 함께 하며 자리를 넓게 배정하였지만
어느 순간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는 그 아이들은
사실, 좋아하는 놀이도 같고 다른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서로가 함께 할 때 재미를 더 느끼고 있었습니다.
단지
표현이 서툴러서, 감정이 넘쳐서
때로는 그 마음이 아프게 닿기도 하지만
그건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연이은 물고 무는 상황이 생김에
너무도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두 친구의 부모님께 전화로 상황을 말씀드렸고
전화로 소식을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물린 아이의 할머님이 원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아니, 도대체 애를 어떻게 보길래 그래요.
문 아이 엄마한테는 연락을 한 건가요? 오늘 부로 그만 다니렵니다"
죄송하다는 말조차, 그 순간엔 너무도 가벼워 보여
그 말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물린 아이의 아픔도, 그 아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도
그 모두가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이기에
선생님으로서의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그 마음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문 아이는 그저 감정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말로 꺼내는 법을 배우고 있기에
입으로, 손으로, 몸으로 먼저 그 마음을 대신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아직 자라는 중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감정을 지켜보는 사람으로
그 감정이 서로를 아프게 하지 않도록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모두의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아이들을 맞이하는 아침을 엽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언어보다 행동이 먼저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만 2세 전후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하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미숙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불편함이나 욕구, 좌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물기, 때리기, 밀기, 꼬집기 등의 행동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공격성이라기보다 자기표현의 미숙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정서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반복적인 지도와 안내를 통해 점차 말과 감정 조절로 발달해 갑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경험이며,
갈등을 통해 아이는 공감, 양보, 협력 같은 사회적 기술을 배워갑니다.
우리는 아이의 이러한 행동을 단순히 제지하기보다, 그 행동이 나타난 맥락과 감정을 함께 살펴보며 감정
조절과 표현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무는 행동이 반복되는 아이는 관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아이일 수 있으며,
그 욕구를 건강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관계 중심의 놀이환경과 감정 표현의 모델링이 필요합니다.
반복적인 행동이 나타날 경우에는 아이의 기질적 특성, 환경적 요인, 관계의 구조를 함께 살펴보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처와 중재가 필요합니다.
무는 행동이 발생했을 때,
물린 아이의 보호와 감정회복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하며,
문 아이에게는 비난이 아닌 이해와 지도가 필요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옳고 그름보다 감정의 흐름을 먼저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놀이와 교육환경이 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무는 행동은 부모에게도 큰 충격과 불안을 줄 수 있기에
선생님은 사건의 사실 전달뿐 아니라, 아이의 발달적 특성에 대한 설명,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 지도 방향,
아이의 변화와 발달해 가는 과정에 대한 믿음을 함께 전달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아픔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선생님의 진심 어린 설명과 지속적인 소통은 신뢰를 회복하고
아이를 함께 성장시키는 공동육아, 교육의 기반이 됩니다.
ㅣ 아이가 친구를 물거나, 미는 등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했을 때,
나는 그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았나요?
ㅣ 보호자의 강한 반응을 마주했을 때,
나는 어떤 말과 어떤 태도로 그 마음을 받아들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