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 금요일
10월 달력을 바라봅니다.
각 날짜마다 빼곡히 적힌 일정들.
이번 달도 분주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창밖으로 가을빛이 살그머니 물들어 가고 있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을이 시작되었고,
이제 나는 다음 달, 그다음 달 달력을 채우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뜨겁던 여름, 선생님들과 모여 가을을 준비하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알록달록 단풍들과 주황빛 단감들로 가을 환경을 구상하고,
추석 행사 계획안에는 필요한 준비물과 활동들이 더하고 빼지기를 반복하였지요.
'가을 소풍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 폭풍검색을 하며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늘 아이들의 계절을 먼저 살아갑니다.
타임루프 능력자처럼,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오늘을 앞당겨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선생님입니다.
좋은 장소를 발견하면 '가족과 오면 좋겠다' 보다
'아이들 데리고 오면 좋겠다'가 먼저 떠오르고,
재미있는 체험이 있다 하면 자연스레 아이들과 연결되는,
내 삶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 내가 좋아하는 장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을 위한'이라는 수식어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건 분명 아이들을 향한 아름답고 따스한 마음이지만,
가끔은 나 자신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 해의 달력이 이제 불과 두 장여가 남아있지만,
새로운 달력을 준비해 봅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이 달력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계절, 장소, 시간들로 채워갑니다.
아이들을 위한 시간만큼이나, 나를 위한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이젠, 나의 계절도 살며시 안아보려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계절을 먼저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가을을 준비하고,
이미 겨울을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웃을 그 순간을 위해 우리는 한 달, 두 달 먼저 달력을 채워갑니다.
이러한 시간의 선행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교육적 설계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감정과 경험이 머무를 공간을 미리 그려내고
그 안에 따스한 리듬을 심어주는 존재입니다.
이 리듬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배움의 몰입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하지만 그 리듬 속에 나의 숨은 얼마나 담겨 있을까요?
선생님의 삶이 아이들의 중심으로만 흘러갈 때,
자신의 감정과 욕구는 점점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교육'이 아닌 '소진'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선생님의 자기 돌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선생님이 자신의 삶을 돌보고 균형을 찾을 때,
아이들은 더 따스한 관계 속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선생님의 감정적 안정은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직접적이 영향을 미칩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달력에 담는 일은
선생님으로서의 전문성과 감성의 회복을 위한 실천입니다.
아이들의 계절을 먼저 살아가는 만큼,
나의 계절도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시간 속에서 선생님으로서의 삶도, 나로서의 삶도
더 깊고 따스하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ㅣ 최근 달력에 적은 일정 중,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있었나요?
그 하루는 어떤 감정으로 채워졌는지, 잠시 떠올려 볼 수
있을까요?
ㅣ '나를 위한 시간'을 달력에 담는다면,
어떤 계절, 어떤 장소,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