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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소환한 나의, 꿈.

10월 2주, 목요일

by thera 테라

"나는 요리사가 될 거야"

"나는 아픈 동물을 낫게 해주는 수의사가 될 거야"

"나는 유튜브 제작자가 될 거야"...


한 친구가 가져온 직업에 관한 책이 아이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장래희망 이야기가 한참이나 이어지는 모습이었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래전 나의 꿈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때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만능 능력자였습니다.



만화 속 어여쁜 공주가 되었다가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되기도 했고,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과학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TV에 나오는 예쁜 언니가 되고 싶기도 했고,

글 쓰기의 재미에 빠져 작가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지요.


시간을 뛰어넘어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 즈음, '나의 자리는 어디일까' 한참을 빙빙빙...

그러던 중 늘 변하는 꿈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속에 조용히 출렁이고 있던

바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


그 꿈은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 왔던 것처럼 운명처럼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잊을 수 없던 첫날의 설렘,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진 이 시간.


매일 아침,

아이들이 있는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즐겁고 힘차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내 작은 친구들,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 학기 선생님을 모시려 면접을 할 때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에게

"왜 이 길을 선택하였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아이들이 좋아서요"


우리, 선생님들은

모두 아이들이 좋아서 이 길을 선택한 이들입니다.


여느 직장인처럼 연월차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기도, 점심시간조차 근무의 연장이 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향하는 날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꿈을 들으며

나의 오래된 꿈을 다시 꺼내보는 오늘,

나는 다시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를 만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맘속에 꿈틀거리고 싹을 피우고 자라고 있는

'선생님으로서의 나'도 마주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 꿈은 단순한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 자신이 느끼고 싶은 감정,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방식의 반영입니다.


"나는 요리사가 될 거야"라는 말속에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고,

"나는 유튜브 제작자가 될 거야"라는 말속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의 꿈은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선생님은 이를 통해 아이의 관심, 감정, 가치관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꿈을 단순히 '좋아, 멋지다'라고 반응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그 꿈을 존중하고, 함께 상상하며, 놀이와 활동을 통해 확장시켜 주는 역할자입니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는 역할놀이에서 요리 활동을 제안하거나,

실제로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는 요리활동으로 연결하거나,

유명 요리사의 인터뷰 영상을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유튜브 제작자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는 아이의 활동을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아이가 직접 촬영기구를 이용해 친구들이나 선생님 등 주변 인물을 촬영해 보는 경험을 통해

꿈을 보다 구체화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의 자존감과 자기표현 능력을 키우는 교육적 기회가 됩니다.

꿈을 말할 수 있는 환경, 꿈을 존중받고 구체화해 보는 경험은

아이에게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도전과 용기, 성취감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꿈을 통해 선생님 자신도 잊고 있던 '나의 꿈'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선생님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내 어릴 적 꿈은 지금의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ㅣ 선생님으로서의 나의 꿈은 지금도 자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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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picturebook_th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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