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주, 화요일
아이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거나 유지해주고 싶을 때, 우리들은 보통 '행동강화요법'을 사용합니다.
사실, 아이들의 행동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 우리가 쓰는 강화요법은 스티커나 먹는 것 등의 보상물이 주를 이룹니다.
"정리 다 했나요?
정리를 잘했으니깐 선생님이 스티커 줄게~"
익숙한 목소리를 따라 교실을 들어가 보니 교실 한쪽에 어린이 이름이 적힌 스티커판이 한 줄로 나란히 배열되어 있습니다.
스티커를 받은 친구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스티커판을 채우는 뿌듯함을 누립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스티커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스티커를 받지 못한 아이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다음엔 잘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을 새길 수도 있으나
또 다른 아이는 마음속에 작은 상처를 새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상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비단 청소뿐일까요?
조건부 보상에 익숙해지고 그 보상을 획득하지 못하게 될 경우,
"나는 잘하지 못해서 인정받지 못했어."
"이건 잘 못하는 것 같아, 앞으로는 안 하는 게 낫겠어"
아이들은 우리가 의도했던 그 반대편의 감정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조건부 보상은 아이의 행동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때로 아이의 자존감을 흔들기도 합니다. 사랑과 인정이 '조건부적'이라는 그림자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아이의 마음을 세우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리를 잘한 아이에게 단순히 스티커를 주는 대신
"네가 친구들과 함께 정리를 해주니 교실이 훨씬 깨끗해졌어. 다음에 활동할 때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겠어"
라는 긍정과 인정의 말은 자신이 한 행동이 공동체에 의미 있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스티커판을 다 채우는 것이 목적인 행동은 보상이 채워진 후로도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스티커가 아니라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마음을 세우고, 그 마음이 행동을 이어가게 합니다.
스티커는 웃음을 줄 수 있지만, 존중은 자존감을 키웁니다.
조건부 보상은 아이의 손을 움직이지만, 존중은 아이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유아기는 자율성과 사회성이 동시에 자라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단순히 외부의 보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의미 있고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내적동기를 키워가는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작은 행동 하나에도 '내가 도움이 되었구나'라는 메시지를 받을 때,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세워갑니다.
조건부 보상은 단기적으로는 행동을 바꾸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외부의 보상과 연결시키며, 보상이 사라지면 행동도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존중과 인정은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공동체적 맥락에서 이해하게 하고, 그 경험이 내적 동기로 이어집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 규칙을 배우고, 인정받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형성합니다. 존중받는 경험은 아이에게 '나는 의미 있는 존재야'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이는 이후 학습 태도와 사회적 관계, 문제 해결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은 스티커판의 빈칸이 아니라, '내 행동이 존중받았다'는 기억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강화할 때 '조건부 보상'이 아니라 '존중과 인정'을 우선순위로 한다면
존중은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은 행동을 이어가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의 손을 움직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ㅣ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을 이어가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ㅣ 조건부 보상 없이도 아이들의 마음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