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주, 수요일
7살이 된 후 보이는 성장의 징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첫 이'가 빠진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가 빠지는 것은 생년월일에 어느 정도 비례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각자의 발달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친구들 중 가장 키도 크고 체격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는 성환이는 그런 면에서 '첫 이 빠짐' 소식이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반 친구 중 벌써 대다수는 빠진 앞니를 웃을 때마다 자랑스레 보여주고 있었지만, 성환이의 앞니는 흔들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저 이 빠졌어요~. 어제 이빨요정이 다녀갔어요"
친구들의 자랑스러운 일화가 들릴 때면, 친구를 바라보는 성환이의 부러워하는 눈빛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습관적으로 입에 손길이 가는 성환이의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살펴보니 앞니를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이용해 흔들어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가 흔들리기 시작했나 싶었지만 그 횟수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 쉬는 시간에 성환이를 살며시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환아, 요즘 성환이 손이 입으로 자주 가는 거 같아. 불편한 데가 있니?"
"아니요. 그냥요..."
말을 머뭇거리는 성환이의 모습에서 어떤 마음일지가 가늠이 되어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성환아. 성환이도 앞니가 빨리 빠졌으면 좋겠니?"
"네, 저도 빨리 형님이 되고 싶어요"
이 말을 하고 싶어 기다려 왔던 듯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친구들처럼 앞니가 빠져야만 진짜 '형님'이 되는 것 같다는 마음. 그 속마음을 드러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성환아, 이가 늦게 빠진다고 해서 형님이 안 되는 것도 성장하지 않는 것도 아니야.
성환이의 이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해. 지금 성환이의 잇몸 아래서 튼튼한 새 이를 나게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거야"
이날의 대화는 아마도 온전한 이해로 마무리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속상한 아이의 말에 기다림과 기대를 담은 작은 위로의 말이었지요.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성환이의 앞니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아침 등원 발걸음에 스프링을 달은 듯 총총총 뛰어오더니 신나는 목소리로 외칩니다.
"선생님, 저 앞니 흔들려요. 저도 이제 형님이에요"
환하게 웃으며 외치는 성환이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신체변화 이상의 기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마음엔 되 내어집니다.
성장은 빠르거나 늦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속도를 존중하며 기다림 속에서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는 사실을.
유아기의 발달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신체적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치아가 빠지는 경험은 겉으로는 작은 사건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자기 몸의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발달의 과정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또래와 자신을 비교하며 ‘나도 형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확인하고 정체감을 형성하는 자연스러운 발달 반응입니다.
발달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기에, 늦게 경험하는 아이는 조급함과 불안, 부러움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은 단순히 사실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아이가 자기 속도를 존중하고 기다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조금 늦게 빠진다고 해서 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은 아이가 자기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따뜻한 메시지입니다.
기다림은 아이에게 인내와 자기 조절을 배우게 하고, 변화가 찾아왔을 때 성취와 자존감을 크게 느끼게 합니다.
교육은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발달의 차이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교사의 태도는 아이가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본질적인 교육의 모습입니다. 결국 기다림은 아이가 내적 힘을 모으고, 자기 발달을 존중하며, 성장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또 다른 이름, 곧 교육 그 자체입니다.
ㅣ 또래보다 늦게 성장의 징후를 보이는 아이에게, 나는 어떤 격려를 건네고 있나요?
ㅣ 발달 속도의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이의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