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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에 담긴 기다림.

12월 2주, 화요일

by thera 테라

7살 친구들의 줄넘기 활동 시간

줄넘기만큼 협응과 조절력이 필요한 활동이 또 있을까요.


7살이 되는 첫날부터,

우리는 줄넘기와 친해지는 활동을 시작으로 줄을 넘기고 뛰고,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서

타이밍을 잡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하였습니다.

줄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줄이 발에 걸려 멈추기도 했지만 그 실패 속에서 아이들은 다시 줄을 잡고, 다시 뛰어보며,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줄을 성공적으로 처음 넘기던 날, 그날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년여 동안의 줄넘기 활동을 통해, 이제 우리는 줄을 넘기는 활동에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듯 어떤 친구는 앞으로 뒤로 넘기도 자유자재, 한 번에 줄을 두 번 이상 돌리는 이른바 쌩쌩이를 해내는 아이도 있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줄넘기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는 '꼬마야, 꼬마야'입니다.


기다란 줄넘기의 양쪽을 선생님들이 잡고 돌리면 '하나. 둘. 셋'의 구령에 맞춰 줄넘기 안으로 뛰어 들어와야 함은 물론, '꼬마야~'노래에 맞춰 동작을 해야 하는 여러 동작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져야 하기에 단순한 운동을 넘어선 종합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기의 리듬에 따르는 제자리 줄넘기와는 다른 차원의 활동입니다.


'꼬마야 꼬마야'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운 난관은 돌아가는 줄에 입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돌아가는 줄을 잘 보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데는 온 신경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이진이는 제자리 줄넘기 활동에도 단연 자신을 보이는 친구였기에

'꼬마야' 줄넘기에 입장이 좌절될 때마다 더 낙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나 모든 아이들의 줄넘기 입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때마다 이진이의 표정에는 불안한 기색이 더해감이 보였습니다.

이진이를 배려하는 마음에 순서를 맨 뒤로 정하고 앞 친구들의 순서를 지나 이진이의 차례가 왔을 때,

'하나. 둘. 셋'이 시작되었고 첫 번째 시도에는 줄넘기 안으로 들어올 타이밍을 놓칩니다.

줄넘기의 줄은 계속 돌아가지만, 우리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이진이가 호흡을 고를 시간을 기다립니다.


"이진아 지금이야!"


라는 신호와 함께 이진이는 고개를 숙이고 줄넘기 안으로 입장합니다. 다음부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동작이 이어집니다.


"이진아, 이진아, 잘 가거라" 노래에 맞춰 줄넘기 줄을 퇴장하는 이진이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오늘의 줄넘기 활동을 통해 확인합니다.

기다림은 교육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요.




7살 아이들의 줄넘기 활동은 단순히 신체적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발달 단계에 꼭 맞는 다층적인 배움의 장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대근육 운동과 소근육 운동이 균형을 이루며 발달하고,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기 조절과 협동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줄넘기는 발과 손, 눈의 협응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신체 발달에 적합할 뿐 아니라, 실패와 재도전이 반복되는 특성을 통해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기회가 됩니다. 줄에 걸려 넘어지고 다시 줄을 잡아 뛰어보는 과정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자기 리듬을 찾고 자신감을 쌓아가는 경험이며, 이는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또한 ‘꼬마야 꼬마야’와 같은 단체 줄넘기 활동은 개인의 신체 능력을 넘어 집단 속에서 타이밍을 맞추고 규칙을 지키며 협동하는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장이 됩니다.

돌아가는 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은 단순한 입장이 아니라, 자기 조절과 집중, 그리고 타인의 움직임을 존중하는 사회적 학습의 과정입니다. 이때 우리가 보여주는 기다림은 아이들에게 도전할 용기를 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기다림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존중받으며, 성공의 순간을 더욱 크게 경험합니다.


결국 줄넘기 활동은 발달적으로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교육적 경험입니다.

아이들은 실패와 성공을 오가며 자기 속도를 존중받는 순간,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지켜보며,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그 기다림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며, 아이들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따뜻한 방식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활동의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아이의 내적 준비과정을 지켜주어야 할까요?


ㅣ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며 자기 리듬을 찾아가는 아이의 과정을 우리는 어떻게 기다려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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