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주, 월요일
딩동.
입학 상담을 위해 방문한 가족의 도착을 알리는 벨소리.
4살 남자 친구가 여기는 어떤 곳인가 호기심 반, 긴장감이 반인 얼굴로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문 앞에 서있습니다.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원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아이의 긴장감은 조금씩 누그러들더니
Gym교실의 공들을 굴려보고 다양한 기구들을 만져보면서 '여기는 놀만한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가 봅니다.
그러나 아이의 경계심이 완전히 녹여진 것은 아닙니다.
상담실에 들어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엄마의 무릎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랑 가서 공놀이할까?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다시 와도 되는데.."
4살 반 선생님이 아이에게 함께 놀자 청함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완강히 엄마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상담이 이어지는 내내, 아이의 마음은 조금 전 즐거웠던 Gym교실을 향해있고
엄마의 손을 이끌며 그곳으로 가자 합니다.
난처해진 엄마는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동안 조금만 기다려."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미 관심사가 그곳에 있는 아이에게 그러한 말이 온전히 이해되기 힘들겠지요.
"공놀이를 하고 싶구나, 우리 그럼 엄마랑 같이 가서 선생님들하고 공놀이해 볼까?
엄마는 준성이 옆에 계시면서 선생님하고 이야기하고,
다른 선생님이 준성이와 공놀이를 해주시면 어떨까?"
새로운 제안에 반짝이는 눈빛은 이를 수용하는 듯합니다.
그리하여 Gym교실에서 아이는 신나는 공놀이를 이어갈 수 있었고, 입학상담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엄마의 집에 가자는 말에 "더 놀고 갈래"라며 아이는 대답합니다.
엄마는 시계를 보며, 5분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하였고 시간이 지난 후
이제는 가야 한다며 재촉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아이는 더 강하게 "더 놀고 갈래"라며 눈물을 터트립니다.
난처해하는 엄마와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 사이 긴장감도 느껴집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눈물을 억지로 멈추게 하지 않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줍니다.
“준성이가 정말 즐거웠구나. 다음에 또 와서 놀 수 있어.”
선생님의 한마디는 아이의 눈물 속에 담긴 아쉬움을 존중하는 동시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안전한 약속을 심어줍니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즐겁게 경험했다는 증거이자,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신발을 신고 인사를 나누면서도 '엄마, 나 여기 또 올 거야'라는 아이의 말에 우리 모두는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 함께하는 반가운 날을 약속합니다.
유아기는 낯선 환경에 들어서는 순간, 긴장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부모와의 애착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여 새로운 공간에서는 쉽게 불안과 경계심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도 활발히 나타납니다.
엄마의 무릎을 차지하며 안정감을 찾는 모습은 발달적으로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더 놀고 갈래”라는 반복된 말은 자기 욕구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성장의 증거입니다. 아직 시간 개념과 상황 이해가 미숙하기에 돌아가야 한다는 설명은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 눈물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에 대한 애착과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선생님이 억지로 눈물을 멈추게 하지 않고 “다음에 또 올 수 있어”라는 약속을 건네는 순간은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자기 조절을 배울 기회를 주는 따뜻한 기다림이 됩니다.
부모는 걱정 속에서도 신뢰를 확인하고, 아이는 새로운 환경을 안전하게 받아들이며, 선생님은 기다림이 곧 교육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결국 이 장면은 유아기의 발달이 기다림과 존중 속에서 어떻게 꽃피는지를 보여주는 교육의 순간입니다. 겉으로는 눈물과 아쉬움이었지만, 그 속에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기대와 성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다림은 아이가 내면을 다스리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발달적 도약의 시간이자, 교육의 가장 따뜻한 이름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낯선 환경에서 아이가 보이는 긴장과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ㅣ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내면을 다스리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발달적 도약의 순간입니다.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기다림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