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주, 목요일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진수성찬 산해진미 날 유혹해도 김치 없으면 왠지 허전해.
김치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맛으로 보나 향기로 보나 빠질 수 없지
입맛을 바꿀 수 있나.
<김치 주제가 노래 가사>
12월이 되면 내 작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연례행사가 있으니,
바로 김장을 담그는 일입니다.
우리가 겨우내 먹을 김치를 손수 담근다는 일은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닙니다.
김장을 담그기 위한 사전조사가 시작됩니다.
'먼저 배추가 필요하겠어. 빨간 양념이 될 재료도 필요하겠고.'
김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김장에 필요한 재료들을 이야기 나누며 기대감이 커지는 아이들입니다.
우리들의 계획대로 김장 준비가 착착 진행됩니다.
먼저 커다란 배추가 등장합니다. 커다란 배추를 안아 들고는 무게를 가늠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습니다.
도마 위에 올려놓은 배추를 반으로 가르니 배추 속 무늬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우와~ 우와' 우리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감탄사가 연발합니다.
배추를 넷으로 나누어 큰 그릇에 담고 굵은소금을 촥촥촥.
배추의 숨이 죽을 때까지, 이제 반나절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그때, 지환이의 아쉬운 투덜거림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재촉이 이어집니다.
"선생님, 재료도 준비 다 되었는데 왜 안 만들어요?. 바로 만들고 싶은데"
"우리가 만들 양념들이 잘 스며들고 더 맛난 배추김치가 되기 위해 소금에 절여지는 시간이 필요하지"
아이들의 마음은 당장의 결과를 보고 싶어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맛있는 김장 김치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교육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아이의 성장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김장을 담그는 과정은 아이들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에 좋은 비유가 됩니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이 스며들어 맛이 깊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3~7세 유아의 발달 역시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인지적·정서적·사회적 발달이 빠르게 일어나지만, 그 속도와 방식은 각자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언어 표현이 빠르고, 또 다른 아이는 신체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또 다른 아이는 감정 조절에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가 준비되지 않은 순간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 스스로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그 과정을 신뢰하는 교육적 태도입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발달적 성숙’이라 부르며, 아이가 내적 준비가 되었을 때 학습과 성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김장이 맛있게 되기 위해 소금에 절여지는 시간이 필요하듯, 아이가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험과 내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교사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줄 때, 아이는 실패와 시도를 반복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움을 내재화합니다. 기다림은 곧 존중이며, 신뢰이고, 사랑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지켜보는 과정 속에서 교사는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게 됩니다.
결국 교육은 결과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아이가 자라나는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일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기다림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존중해 주었는지 돌아볼까요?
ㅣ 아이의 작은 감탄과 발견을 기다려주는 순간이,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속에 얼마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