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빠가 느낀 아들이 울 때 아빠 마음

아이도 최선을 다하는 중

by 강유선

얼마 전에 애기 엄마가 금쪽이에서 어떤 아빠가 아들을 심하게 혼내는 걸 보고 나한테 이거 좀 보라며 링크를 보내줬다. 앞 부분만 조금 보다 일이 있어서 못 봤는데, 보자마자 나는 아빠가 왜 저러는 지 조금 이해가 됐다.

아들 낳고 집에 온 첫 주, 둘째 주, 한, 셋째 주까지는 애기가 우는 게 정말 듣기가 싫었다. 굉장히 신경을 건드리는 주파수라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서 칠판 긁는 소리 같은 거 누구나 듣기 싫어하는 것처럼, 아기가 우는 소리가 정말 너무 듣기가 싫었다. 그래서 은근히 짜증이 났었다.

'아니 얘는 도대체 왜 우는 거야. 엄마 아빠가 멕여주지, 입혀주지, 똥오줌 다 갈아주지, 씻겨주지, 도대체 뭐가 불만이길래 자꾸 이렇게 우는 거야.'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아기가 우는 그 자체가 이해가 안 가고 짜증이 났다. 그러다 보니 아기가 평소에는 예쁘지만, 울면 미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기를 관찰하던 중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 아들이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 아들이 어떻게 해서든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도저히 안되니까 우는 장면을 한 번도 아니고, 두, 세 번 정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아, 우리 아들, 울지 않으려고 참고,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우는 거구나. 그랬구나. 아빠가 너무 미안해, 아들. 아빠가 몰랐어.'

아기가 자기도 어쩔 수 없는 모종의 이유 때문에 운다는 사실을 3주 정도는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아기 엄마는 지금도 그 얘기를 하면 나를 냉혈한 취급을 한다. 아기 엄마는 본능적으로 모성이 발동되는 것인지, 아기가 우는 것에 대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아기가 이해되고 나서야, 그제서야 부성이 발동이 되었다.

어쨌든, 그 때 이후로는, 이제 아들이 울면 나도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들고, 우리 아들 어디가 불편한가 걱정이 되고, 아파서 울면 나도 마음이 아프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아기란 이해 할 수 없는 존재' 같은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아들과의 관계라든지, 부성이라든지, 애착이라든지 이런 게 잘 안착되지 않는 거 같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코스트코에서 장을 봐서 나오는데, 어떤 아이가 원숭이 소리지르는 데시벨로 소리를 내고 있는 걸 봤다. 엄마랑 아빠랑 둘이 붙잡고 얘기를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아빠는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화를 가라앉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당연히 저 집 사정을 모른다. 그리고 나보다 부모로서 선배로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 아빠가 화가 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고, 안타깝고, 걱정되고, 황망한 기분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빠들이 아이들에 대해 화를 참는 것같은 모습을 보면, 혹시, 아이를 이해해야 하는 시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오지랖을 속으로 멋대로 부려보곤 한다.

물론, 나는 아직도 초보 아빠다. 아이가 어떻게 부모 속을 썩이는 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선배 부모들 앞에서 뻔데기 주름 잡고, 포크레인 삽질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열 다섯 살짜리 의붓 아들한테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다. 아니, 얘는, 나이가 열 다섯 살인데 이것도 못 하나? 답답하네...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오지게 덜렁거리면서 자존심은 또 드럽게 쎄요... 으휴...

그런데 이렇게 초보아빠인 내가 오만방자하게 이런 글은 도대체 왜 쓰는 거냐면, 혹시라도, 나처럼, 아이 가진 아빠들 중에, 아이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아니면, 엄마들 중에, 애 아빠가 도대체 왜 저러는 지 모르겠다, 하는 경우에, 이런 경우이지는 않을까 하고 내 경험을 공유해 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 일단 아이가 이해가 되면 그제서야 사랑이 나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른 아빠 중에도 나처럼 그러지는 않을까, 하고 한 번 글을 써봤다. 의붓아들에 대해서도, 아이의 착한 의도를 깨닫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그래도 답답할 때가 많긴 하지만, 여하튼, 아이를 이해하게 되면, 아이를 사랑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혹시 나처럼 아이가 이해가 안된다는 아빠가 계시다면, 아이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그것이 자의적인 것일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걸 우리가 몰라서 화가 나는 건지도 모른다는 말씀 드리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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