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공부해서 스페인여행 가고 싶어!!"라는 귀여운 동기에서 시작한 나의 스페인어 공부 & 스페인 여행 프로젝트. 사실 나조차도 좀 걱정을 했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에 스페인어 공부를 아예 놓아버릴까 봐. 여행을 다녀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나는 여전히 여행 가기 전과 비슷하게 계속 혼자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다. 다만, 여행 전후로 조금 달라진 점은 몇 가지 있다.
스페인사람들이 일상에서 말하는 스페인어를 2주가량 듣다가 한국 와서 다시 스페인어 팟캐스트를 듣고 나서 깜짝 놀랐다. 여행 떠나기 전에는 몰랐는데, 저 사람이 스페인어 학습자를 위해서 엄청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어쩐지.. 팟캐스트에서는 잘 들려서 난 스페인어 듣기가 잘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에선 정말 알아듣기 힘들더라니..
스페인어 일기 쓰기도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쓰는 것 같다. 이제 일기의 질이 좀 더 올라간 것 같다. 문장도 좀 더 길어졌고, 문법적으로 좀 복잡해졌으며, 일기의 전체 길이도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 그러려고 그랬다기보다 계속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금씩 이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최근에 쓴 일기와 아주 극 초반에 썼던 일기를 대조해 보니 정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극 초반 일기는 진짜 왕초보의 일기처럼 보인다. 거의 '오늘은 비가 왔다, 날씨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정도의 수준이었다. 일기 쓸 때 쓰는 시간도 점점 단축되는 것 같고, 문법 오류는 점점 줄어들며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
그리고 화상 스페인어 선생님이 바뀌었다. 그전 선생님이 정말 마음에 들긴 했지만, 대학원생인지라 현생이 바빠지셨는지 수업 시간이 바뀌셨다. 한국시간으로는 자정~새벽시간만 시간이 가능하시다고 했다. 일찍 자는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라 결국 수업을 중단했다. 다른 선생님들을 몇 번 또 물색하다가 또 괜찮은 선생님을 발견했고 지금 한 달 정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 스페인 화상강의를 정말 풀 전업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고서야 선생님은 언제든 또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화상 스페인어를 하면서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선생님이 이끄시는 대로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안 되는 스페인어라도 열심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만 계속 말하는 것 같으면, 중간에 말을 자르더라도 내가 말하는 걸로 껴들고 있다. 화상 스페인어를 하는 이유가 '내가 스페인어로 말을 많이 하기 위해서'니까. 내 문장이 틀린 것 같은데 안 고쳐주면, '내가 방금 말한 문장 맞아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즉, 내 돈 주고 하는 만큼 선생님에게서 내가 적극적으로 뽕을 뽑으려고 해야 한다는 것. 이건 비단 화상 스페인어뿐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뭘 배우려고 할 때는 무엇이든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에 또 스페인이나 남미 여행을 갈게 될지, 아니면 바라는 대로 여행이 아닌 살러 가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이제 스페인어 공부는 어느 정도 내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