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유년의 뜰에서 되살아난 기억의 나무

by 김은령



헤르만 헤세의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자기 안에 고향을 갖는다는 것!
그럴 때 삶은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그러면 중심이 설 것이고, 그 중심으로부터 모든 힘이 뒤흔들리며 솟구쳐 나올 것이다.




유년의 뜰



° 유년의 뜰 ° _ 김은령





여름,
여름의 풍경 …

시골아이,
자비로우면서도 무자비한 작열하는 태양,
개나리 덩굴로 둘러싸인 외딴집과 녹색의 향연,
가족의 수호신처럼 하늘을 향해 팔을 펼친 장대한 전나무 한 그루와 시원한 그늘 한 줌,
햇빛에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더위를 쓸어 담은 마당의 정결한 자취,
여름 과실로 풍성한 밭을 아우르는 빙수 같은 원두막,
한낮의 신기루처럼 스쳐간 여우비,
온 세상을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어버린 소나기,
빛을 피해 뒷산으로 뛰어가다 순간 맞닥뜨린, 똬리를 틀고 노려보던 뱀의 눈,
밭에서 작물을 따다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던 이마를 스친 산들바람의 손결,
아이들이 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수박을 먹으며
마당에 여름의 씨를 뿌리며 서로를 장난을 칠 때,
할머니의 서리발 같은 꾸중에 잠시 얼어붙던 시간,
여름 나기를 위해 할아버지의 솜씨로 탄생된 바가지머리와 훌쩍이는 눈물,
그리고 달래주던 아이스크림,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온 얼굴에 번지는 어른들의 미소.


여름,
여름의 기억 …

그 기억이 겹겹이 쌓여
추억이라는 천 위에 자수처럼 수 놓인 몽상의 나무가 되고,
그 줄기의 결마다 다시 말을 걸어오는 소중한 것들의 속삭임.

그리고,
그 순간 되살아난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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