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에서 피어난 몽상의 나무
철학이야말로 진정 향수병이다.
어디에서든 고향을 향하고자 한다.
— 노발리스
어느 산골짜기,
웅장한 전나무가 있는 외딴집.
온 가족이 상경하여 떠나버린 유년의 뜰,
도시의 삶에 잊힌 소중한 것들.
삐걱삐걱 흐르는 세월에 실려 온 나무의 앓이,
애끊은 부름에 이끌려 무작정 떠나온 그리움의 길.
덜컹이는 버스를 타고 시작된 일탈의 설렘,
묵은 정거장에 파문을 일으키며
뭉게뭉게 피어나는 흙먼지 구름.
발걸음을 앞서가는 마음의 채근,
허겁지겁 마을에 다다랐지만 —
외딴집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시간의 덩굴.
메아리치듯 들려오는 애타는 한숨소리,
닫혀버린 숲의 오솔길을 헤치며
생채기 가득한 간절한 손짓.
만신창이로 드러난 유년의 기억 창고,
베일에 덮인 어린 꿈을 여는 순간 —
덮쳐온 알알한 전율과
숭고한 빛으로 충만한 울림과의 조우.
마침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으로 우뚝 선
나의 몽상의 나무가 유년의 뜰을 지키며
고고한 자태로 하늘의 숨결을 일으켰다.
그 나무는 온몸으로 나를 치유했고,
찰나에 찾아든 그리움이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유년의 뜰로 돌아가
다시 말을 건네는 그리움의 숨결,
그 나무는 오늘도 내 안에서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