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유년의 뜰에서 피어난 몽상의 나무

by 김은령



철학이야말로 진정 향수병이다.
어디에서든 고향을 향하고자 한다.

노발리스





° 유년의 나무 ° _ 김은령






어느 산골짜기,

웅장한 전나무가 있는 외딴집.


온 가족이 상경하여 떠나버린 유년의 뜰,

도시의 삶에 잊힌 소중한 것들.


삐걱삐걱 흐르는 세월에 실려 온 나무의 앓이,

애끊은 부름에 이끌려 무작정 떠나온 그리움의 길.

덜컹이는 버스를 타고 시작된 일탈의 설렘,

묵은 정거장에 파문을 일으키며

뭉게뭉게 피어나는 흙먼지 구름.

발걸음을 앞서가는 마음의 채근,


허겁지겁 마을에 다다랐지만 —

외딴집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시간의 덩굴.

메아리치듯 들려오는 애타는 한숨소리,

닫혀버린 숲의 오솔길을 헤치며

생채기 가득한 간절한 손짓.


만신창이로 드러난 유년의 기억 창고,

베일에 덮인 어린 꿈을 여는 순간 —

덮쳐온 알알한 전율과

숭고한 빛으로 충만한 울림과의 조우.




마침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으로 우뚝 선

나의 몽상의 나무가 유년의 뜰을 지키며

고고한 자태로 하늘의 숨결을 일으켰다.


그 나무는 온몸으로 나를 치유했고,

찰나에 찾아든 그리움이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네고 있었다.







유년의 뜰로 돌아가
다시 말을 건네는 그리움의 숨결,
그 나무는 오늘도 내 안에서 자라난다.




° 몽상의 나무 ° _ 김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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