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서바이벌 면접을 모두 통과하고 제일 마지막에 있던 최종 인터뷰는 면접관 4명과 지원자 1명씩 개별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질문들은 모두 전형적인 면접 스타일에 가까웠다.
자기소개해 보세요.
본인 장점이 뭔가요.
본인 단점이 뭔가요.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뭔가요 등등...
최종면접은 순발력이나 유머의 영역이 아니라 준비와 공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그때 준비를 전혀 안 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승무원 지원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최종까지 한 달 반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서바이벌 면접들에 연이어 어어어? 하면서 통과하다 보니 어느새 최종이었던 것인데
.... 맞다. 핑계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내 면접준비 수준은 처참했는데, 내 장단점에 대해서도 답변을 정리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보통 면접 질문답변 준비하는 책을 보면
첫 질문이 자기소개고
두 번째가 장점, 세 번째가 단점이다.
난 이런 책을 첫 페이지만 열어보고 바로 서바이벌에 들어갔다. (그래서 이전 글에서 그나마 자기소개'는' 준비한 상태였다고 한 것이다.)
그 당시 3,000여 명으로 시작한 면접에서 최종까지 41명이 올라갔고 그중 11명이 최종 합격했다.
난 당연히 최종에서 30명에 속했다.
아마 그 30명 중에 내가 1번으로 적혔을 거다.
최종면접에서 제대로 답도 못한 주제에 기대는 왜 그렇게 컸는지. 최종 결과 메일이 오기 전까지 메일함을 수백 번은 더 들락날락거렸다.
막상 탈락 결과를 받아 들었을 땐,
아마 탈락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 거다.
허탈하면서 온몸이 싸-해지는 느낌.
그런데 당시에도 스스로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만큼
허탈함은 정말 찰나였고 오히려 후련했다.
탈락 결과를 확인했을 때의 씁쓸함이 밀려온 지 채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결론이 뚜렷하게 보이는 게 너무나도 개운했다.
디스커션, 디베이트, 스몰톡 다들 어렵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할 만했어. 그럼 난 이제 최종면접만 제대로 준비하면 되는 거 아닌가?
준비해야 할 영역이 명확해지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 즈음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전 주까지 이어진 싱가포르 항공 면접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이력서와 영어 면접 관련 책을 보며 내 답변들을 정리해 가면서 그 해 겨울이 지나갔다.
+
싱가포르 항공 최종 면접은 실제 유니폼을 착용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는데, 유니폼이 밀착되는 스타일이지만 막상 입었을 땐 예상보다 편했다. 상의가 단추 없는 블라우스인 줄 알았는데 가운데가 지퍼여서(!) 재킷처럼 입는 형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