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과 용기 그 어딘가
27살에 이혼을 하고 약 3년은 무너진 멘털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그 당시 돌싱 치고 나이가 너무 어려서 재혼결혼정보회사 업체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 ㅇㅇ님, 아직 어리니까 능력 좋은 조건의 남자분 만나실 수 있으세요~ "
" 애 키우는데 부족함 없이 결혼생활 할 수 있어요"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만 했다.
그런데 나는 누굴 만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스스로 불안정한 상태인데 누굴 만나겠냐며 그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는 걸 너무 잘 안다.
어른들이 같이 키워주시는 게 아니라 혼자 아들 둘을 온전히 케어해야 했기에 더더욱 연애는 사치였다.
혼자 지내는 걸 본 어르신들은
"혼자 오래 있지 말고 얼른 좋은 놈 만나서 재혼해"
"아이들 어릴 때 재혼해야 기른 정도 생기고 아이들도 아빠처럼 잘 따를 수 있어"
"아직 한창 예쁜 나이인데 왜 그러고 있어~"
나의 젊음을 안타까워하셨다.
힘든 시간들을 지나오며 다시 사람을 만나봐야겠다 생각한 건 31살쯤. 하지만 그때도 아이들은 너무 어렸고 내 또래 남자들 중 돌싱은 거의 찾기 힘들었고 모두 다 결혼 적령기라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터라 내가 그들의 시간을 뺏는 거 같은 기분이었다. 어렵게 시작한 이혼 후 첫 연애는 장기연애였지만 결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겁이 많아졌다. 결국 끝은 이렇게 될 텐데 라는 경험이 생긴 것이다.
사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이제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시간, 상황, 아이의 하루까지 계산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만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상대방도 원치 않게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남들처럼 데이트 시간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 딸린 이혼녀 만난다고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날 만난다는 이유로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 걸 감당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싱글맘의 연애는 종종 '무모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무모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걸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을 믿는 용기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더 컸던 건, 다시 누군가를 믿어보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제는 35살, 아이들은 14살, 12살
점점 아이들이 내 손을 떠나는 시기가 눈앞에 다가오니 이제 진짜 혼자가 되는구나 생각이 든다.
첫째가 20살이면 난 겨우 42살인데
남은 인생 계속 혼자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내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알아가고 감정을 쏟아내는 게 쉽진 않다. 그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일을 기꺼이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