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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할 수 있을까?

35살 싱글맘의 고민

by 테토솜

요즘 시대가 확실히 바뀐 걸 느낀다.

돌싱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이혼을 하는 연예인, 재혼을 하는 연예인 소식도 제법 된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이미 친구들 중에서 이혼을 선택한 친구들도 재혼을 한 친구들 꽤 있다. 그리고 이혼을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다.


한창 이혼으로 힘들어했던 20대 후반


우연히 여자 연예인의 이혼 소식을 봤다.

예능에서 굉장히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는데

야윈 모습으로 심경고백 하던 영상 아직도 기억난다. 꼭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리고 며칠 전 올라온 재혼 소식


평소 유튜브나 미디어를 잘 안 봐서 재혼발표를 한 싱글맘 연예인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7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방송을 우연히 봤던 기억이 있는데 재혼 소식 영상을 쭉 봤다. 파워 대문자 왕T인 나도 보는데 눈물이 났다.

연애의 시작부터 재혼을 결심하기까지의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저렇게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아부었을까, 네 사람 모두 너무 행복해 보였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나의 상황과 비슷해서 더 감정이입이 된 거 같았다.

겪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재혼 상대는 초혼의 81년생 동갑내기 싱글남.

영상 댓글에는 응원의 댓글이 쏟아졌다.

싱글맘의 아픔을 지켜본 구독자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과 아이 둘까지도 사랑으로 품어주는 마음이 대단하다는 댓글들.

싱글맘 연예인과 결혼하는 초혼 싱글남을 이상하게 보는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오히려 너무 멋있다. 남자를 칭찬하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즘 보기 드문 진국인 남자

한 사람을 사랑하기도 쉽지 않은데 3배로 사랑을 품어낸 멋진 남자

영상을 보는 시청자 눈에도 말뿐인 사람과는 전혀 다른 남자의 진심이 보였나 보다.


몇 달 전 초혼인 여자연예인과 돌싱인 남자의 결혼발표와 상반된 반응이었다.


리고 영상을 조금 더 찾아보니 동상이몽 프로그램에서 남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 저는 원래는 어린아이들에게 관심 갖는 편은 아닙니다. 제 성향은

그런데 지금은 뭐 사실 너무나 그 의미가 말로 표현이 안 돼요."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


재혼 발표하는 영상에서 싱글맘 연예인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 지난 4년 동안 제 옆에서 큰 사랑과 신뢰로 제 곁을 지켜준 사람과 가족이 되기로 했습니다 "

프러포즈는 한참 전에 받았지만 용기가 나지 않고 두려움이 밀려와서 결정을 미루다 4년 만에 함께하기로 결심했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던 신뢰와 사랑과 헌신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단 한 문장

어제의 일이 오늘의 나를 가로막게 해서는 안된다 는 말이 나를 뒤흔들었다.


나는 어제의 일이 오늘의 나를 가로막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혼의 아픔과 이혼 후 장기연애의 경험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을 하고 누군가 다가와도 안될 거라는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기대하면 실망도 크다는 걸 알아서 오히려 기대하지 않게 된 것도 있다. 난 뭐가 두려운 걸까..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 재혼 생각 있어요? "

" 아이 낳을 생각 있어요? "

상대방이 초혼이거나 결혼 생각이 있거나 아이를 낳고 싶으면 물어보는 거 같다. 애초에 결혼 생각이 없거나 아이 생각이 없으면 질문이 아닌 본인 생각을 말했던 거 보면. 그리고 재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혼 초반에는 재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많이 어렸고 여유가 없었다. 몰아치는 내 감정을 다스리기 바빴다. 두려움이란 벽 뒤에 꽁꽁 숨은 내가 이 벽을 깨고 나가기란 쉽지 않았고 연애부터 시작해야 뭔가를 할 수 있는데 시작조차 힘든 내가 되었다. 그 두려움의 한 발을 떼고 시작된 장기연애가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서 끝이 났다. 그리고 다시 두려움의 벽으로 돌아다.


첫째가 사춘기 중학생이 되고 나니 이제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점점 내 품을 떠나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어른들 말이 "아들은 키워서 남 주는 거"라고 했는데 맞는 거 같다. 나와 평생 같이 있길 절대 바라지 않는다. 제발 제 때 좋은 짝 만나서 행복했으면 하는 게 부모마음.


혼자 아이 둘과 산지 8년쯤 되니 한편으로는 이렇게 사는 게 제일 편하도 하다.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해졌다. 아이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고, 속 썩이는 남편 없고, 눈치 봐야 될 시댁도 없고 정말 너무 편하다. 어린 나이에 이런저런 일을 겪어서 여자치곤 굉장히 독립적으로 살아왔고 누군가에 의지하거나 기대기보다는 힘들어도 혼자 견뎌내는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서 기대는 게 잘 되지 않는다. 해본 적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아직 의지하고 기대고 싶다 는 마음이 들 정도의 사람을 못 만나서일 수도 있다. 나의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런 나의 모습을 보여도 되는 사람인가 싶어서일 수도 있다.


재혼은 편안한 이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

어쩌면 편안한 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걸 지도 모르겠다.

투닥거리더라도 어른들 눈치 좀 보더라도

이제는 내 편인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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