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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8살 싱글맘의 공황장애

올 것이 왔다

by 테토솜

2017년도 27살의 가을

합의이혼서류를 내고 3개월의 숙려기간이 주어졌다.


이혼 접수를 한 지 2개월가량 흐른 11월 초


일산에서 엄마의 기억으로 묵혀뒀던 감정이 쏟아지고 죽을 먹다가 체를 했다.

죽이 체할 수도 있나? 싶지만 평소와 뭔가 달랐다.

병원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타러 나갔지만 택시가 잡히지 않았고 구급차를 불러서 6살, 4살 아이 둘을 데리고 응급실로 갔다. mri도 찍고 피검사도 했지만 몸에 이상은 없다고 체한 거 같다고 했다.


응급실 다녀온 다음날 예고 입시가 있었다. 입시 시험을 보는 친구의 반주 선생님으로 따라가야 하는 일정이다. 내가 못 가면 그 친구는 시험을 아예 볼 수가 없어서 새벽까지 응급실에 있다가 아침에 실기시험을 보러 일산으로 운전해서 갔다. 정말 정신력으로 버틴 거 같다. 무사히 시험은 마쳤고 나중에 들은 소식은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간당간당한 컨디션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주 일요일, 오전부터 교회 가서 반주하는 날이었는데 반주하던 중간에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갑자기 어지럽기 시작하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기절을 한 경험(?)이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 안다.

평소에도 몇 번 느꼈던 건데 그날따라 유독 죽을꺼같은 공포감이 들었다. 죽을 먹고 체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었다.


그래도 중간에 나갈 수가 없었다.

예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오후 연습까지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마지막 반주였고 나는 그날 밤 다시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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