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광고를 멈추게 하려면
모든 분야에서 대면보다 비대면 방식이 선호되는 세상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매장을 방문하기보다는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플랫폼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화장품, 의료기기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직접 물건을 볼 수 없는 소비자는 검색 결과에 의지하게 되고, 판매자 간 검색어 상위 노출 경쟁은 치열해졌다. 과열된 경쟁 속에 어떤 판매자는 광고에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 그 문구를 그대로 복사해서 또 다른 판매자가 사용하기도 한다.
‘여드름 흉터를 제거할 수 있는 피부재생크림’
‘혈액순환 개선으로 통증 완화! OO 온열매트’
이런 광고 문구는 흔히 볼 수 있지만 법을 위반한 잘못된 광고에 해당한다. 그 어떤 화장품도 여드름 흉터를 제거할 수 없고, 피부를 재생시킬 수도 없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은 온열매트는 공산품이다. 공산품은 혈액순환 개선, 통증 완화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광고할 수 없다.
화장품법 제13조에 따라 화장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면 안 된다. 의료기기법 제26조제7항에 따라 ‘의료기기가 아닌 것을 의료기기와 유사한 것으로 잘못 인식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면 안 된다. 이것을 줄여서 ‘화장품의 의약품 오인 광고’, ‘공산품의 의료기기 오인 광고’라고 한다. 이러한 광고는 화장품법 위반 광고, 의료기기법 위반 광고가 되며, 판매자는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한다.
위반 광고는 식약처의 모니터링 또는 누군가의 신고를 통해 보건소로 접수된다. 온라인 위반 광고 신고의 경우 전화를 통한 접수는 거의 없는 편이다. 주로 국민신문고와 같은 전자민원창구를 통해 캡처 파일을 첨부하거나 광고 url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신고된다. 접수된 전자민원은 식약처 또는 관할 구역 보건소로 이관되고, 부서와 담당자가 배정되면 광고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 필요시 조치한다.
보건소 약무팀의 공직약사로 근무하면서, 나는 위반 광고를 하는 여러 판매자와 통화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자신들의 광고가 잘못된 줄 몰랐다며 바로 광고를 수정하거나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그런 판매자에게는 광고할 때 식약처에서 발간한 광고 지침을 참고하도록 당부했다. 하지만, 어떤 판매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만 그런 광고 하는 거 아닌데,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광고 안 하면 매출이 떨어져서 나만 손해에요.”
“내가 판매하는 게 검색어 1위에 노출되니까 여기저기서 나를 물어뜯는 거라고요.”
적발된 판매자는 자신과 비슷한 제품을 비슷한 광고로 판매하는 경쟁자를 또 신고하고, 신고에 신고가 반복된다. 위반 광고를 적법하게 수정한 판매자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위반 상태로 광고를 바꿔놓기도 한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위반 광고 신고와 적발은 끝이 없다.
공직약사는, 소비자와 약사의 입장에 함께 서서 광고를 점검할 수 있다. 이제는 직업병처럼 내가 필요한 것을 살 때도 광고를 점검하듯이 뜯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화장품 광고를 볼 때는 의약품에 해당하는 효과를 기재하지 않았는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표현이 과장되지 않은지를 본다. 의료기기 효과를 표방하는 광고를 볼 때는 의료기기가 맞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식약처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한다.
화장품 중에는 식약처의 인정을 받은 ‘기능성 화장품’이 있다. 기능성 화장품은 인정받은 효과에 대해 광고할 수 있는데 그 종류로는 미백 또는 주름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 자외선차단제, 염모제 등이 있다. 기능성 화장품이 맞는지, 어떤 효과로 기능성을 인정받았는지는 식약처에서 운영하는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중 ‘기능성화장품제품정보’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 url : https://nedrug.mfds.go.kr/pbp/CCBDB01, https://nedrug.mfds.go.kr/pbp/CCBDC01)
의료기기 해당 여부는 ‘의료기기안심책방’ 사이트에서 품목명을 검색하여 확인할 수 있다. (참고 url: https://emedi.mfds.go.kr/search/data/MNU20237) 의료기기는 개별로 품목허가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광고 중에 의료기기 품목허가번호를 공개하는 판매자도 있다. 의료기기 품목허가번호는 ‘수허OO-OOO호’, ‘제인OO-OOO호’, ‘제신OO-OOO호’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수허’는 수입허가, ‘제인’은 제조인증, ‘제신’은 제조신고의 약자다. 이런 허가번호로 의료기기 해당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반복되는 위반 광고를 멈추게 할 힘을 가진 사람은 강력한 단속도, 정부의 제제도 아닌, 바로 소비자다. 마음을 혹하게 하는 광고 문구에 흔들리지 말고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소비자를 지켜줄 것이다. 결국 그러한 소비자가, 합법하게 광고하는 판매자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