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고 해도 무허가 판매는 안됩니다
보건소 약무팀에서 근무하면서 무허가 판매를 적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공산품을 취급하던 판매자가 그저 매출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허가 없이 팔면 안 되는 품목에 손을 댔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판매하는 물건이 어떤 품목에 해당하는지, 어떤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를 몰라서 실수하는 것을 보았다.
A 씨는 일본에서 핫하다는 동전파스 온라인에서 판매하다가 무허가 의약품 판매로 적발되었다. ‘일본 의약품이니까 무허가 의약품이 아니잖아요’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느 나라 의약품이든, 대한민국에서 판매하려면 품목별로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품목허가가 있다고 해도 해외에서 의약품을 사들여오려면 수입업 허가를, 국내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려면 제조업 허가를 식약처로부터 받아야 한다.
품목허가와 제조업 또는 수입업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관할 구역 보건소로부터 판매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의약품 판매업은 도매업과 소매업으로 구분하며, 의약품 소매업은 ‘약국’에서만 가능하므로, ‘의약품 소매업 허가’라는 용어 대신 ‘약국개설등록’이라고 한다. 약사가 아닌데 의약품을 판매하고 싶다면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에만 의약품을 납품할 수 있다. 그러니 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장소인 온라인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유럽에 거주하는 B 씨는 해외직구 및 구매대행 서비스를 통해 여러 상품을 국내로 들여오다가 판매 물품 목록에 치약과 생리대를 포함한 것이 적발되었다. 시차 때문에 B 씨와는 어렵게 통화가 되었는데, B 씨는 치약과 생리대가 ‘의약외품’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의약외품은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섬유·고무제품, 인체에 대한 작용이 약하거나 직접 작용하지 않는 기구가 아닌 것, 살균살충제 등으로 정의된다. 흔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품목 중에는 치약, 생리대 외에도 반창고, 모기 기피제, 손소독제, 보건용 마스크가 있다.
약사법에는 따라 의약외품도 의약품처럼 품목허가, 제조업 또는 수입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의약품과는 달리 판매업 허가를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어서,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의약외품이라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 통신판매업을 신고한 사람이라면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다. B 씨의 경우 품목허가와 수입업 신고 없이 무허가 의약외품을 국내 유통하려 했던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 경우 실제로 판매된 제품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도, 무허가 품목에 대한 광고로 제재받을 수 있다.
의료기기 수입업을 하는 C 씨는 국내 유통을 위해 의료기기판매업을 신고해야 하는지 식약처에 물었다가 사업장 주소지의 보건소로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의료기기의 제조업과 수입업은 식약처 소관이지만 판매업은 지자체 보건소 소관이기 때문이다. C 씨의 문의 전화를 받은 나는, 누구한테 무엇을 판매할 예정인지 물었다. 그의 답변에 따라 판매업 신고가 필수일 수도, 면제일 수도 있기에.
의료기기 수입업자가 자신이 수입한 의료기기를 ‘의료기기취급자’에게 판매하는 경우 판매업 신고가 면제된다. ‘의료기기취급자’란 의료기기 제조·수입·수리·판매·임대업자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면 반드시 의료기기판매업을 신고해야 한다. 콘돔과 같은 임신조절용 의료기기,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에 결합된 혈당측정기는 의료기기판매업 신고 없이도 팔 수 있다. 그 외 식약처에서 별도로 정하는 품목이 더 있다. 의료기기 이것저것 다 팔고 싶다고 말하는 사업자에게는 판매업 신고를 꼭 하시라고 안내했다. 예외적으로 약국과 의약품 도매상에서는 판매업 신고 없이도 의료기기를 판매할 수 있다.
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를 판매 중이거나 판매 예정인 사업자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 이러한 품목들은 구매자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품목이기에, 식약처에서도 보건소에서도 특별한 관리를 받고 있음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를 유통하는 것은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여로써, 조금은 진중하고 책임감 있게 받아들여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