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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프로포폴 투약, 보고되고 있다

마약류 안전정보 도우미, 내 투약이력 조회

by 이진영

국민신문고를 통해 ‘프로포폴을 쓰면서 환자 정보를 묻지 않는 의원이 있어요!’라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민원인은 OO의원에서 미용 관련 시술을 받았는데,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여서인지 자신의 개인정보를 의료기관에서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시술을 받고 나서 생각해 보니 시술 전 자신에게 프로포폴 주사를 놓은 듯하다는 것이었다. 이 의료기관이 프로포폴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으니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신고였다.


프로포폴은 수면 마취에 사용되는 주사제로, 수면 내시경이나 수술을 진행하기 전에 전신마취의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과다투약과 무분별한 사용 문제가 있어 2011년, 식약처는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프로포폴은 마약류 관리법에 규정된 관리 대상 의약품이다.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을 이용하여 식약처에 구입과 투약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보건소 약무팀은 관할 구역 내 의료기관이 보고한 마약류 사용 내역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NIMS.jpg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

식약처는 NIMS에 보고된 내용을 통해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을 선별하여 조사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보건소)도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이 의심되는 관내 의료기관을 수시로 점검한다. 필요시 식약처와 보건소 공무원이 함께 합동 점검을 나가기도 하는데, 의료기관의 마약류 취급 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 권한이 보건소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대처로 프로포폴 불법투약에 대한 적발이 있었고, 이에 연루된 의료업 종사자에 대한 실형 선고가 있었다. (SBS뉴스, “돈만 내면 프로포폴 무제한 투약”... ‘마약 장사’ 의사 징역 4년 2025.7.8.)

출처: SBS 뉴스

신고된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나는, NIMS에 접속하여 OO의원의 마약류 투약보고 내역을 확인했다. 그런데 민원인이 시술받은 날짜에, 신고한 민원인의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내용이 보고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시스템 상 투약받은 사람의 전체 주민등록번호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민원인은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의료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의료기관에서 보관 중인 시술 상담일지에서 민원인이 직접 쓴 이름과 본인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기관은 그것을 근거로 시술 후에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보고했고, 상담일과 시술일 간 차이가 있다 보니 민원인은 자신의 정보를 상담일지에 기재한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결국 이 신고 건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이 사건의 민원인은 몰랐지만, 의료기관에서 어떤 마약류 의약품을 나에게 투약했는지, 식약처에 제대로 보고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에 ‘마약류 안전정보 도우미’ 어플을 설치하여 ‘내 투약이력 조회’ 탭을 클릭하면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인증을 통해 투약받은 마약류 정보를 볼 수 있다. 이 정보는 의료기관이 NIMS에 보고한 내역을 근거로 검색된다. 정보수집에 시일이 걸리므로 투약 당일에는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인의 마약류 투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건강검진 때 수면 내시경을 받았다면 이 어플을 이용하여 자신이 투약받은 마취제가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다.


내 투약이력 서비스.jpg 마약류 안전정보 도우미, 내 투약이력 조회 서비스

만약 ‘내 투약이력 조회’를 했는데 방문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나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투약한 내역이 보인다면, 명의가 도용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프로포폴을 포함해서 몇몇 향정신성의약품은 투약 빈도의 제한이 있다. 누군가가 더 자주, 더 많이 마약류 의약품 투약하려고 타인의 정보를 악용했을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 꼭 식약처나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의 마약류 의약품 투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으로, 의사는 환자의 과거 1년간 마약류 투약 내역을 확인하여 과다 및 중복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사유로 처방을 거부했는데 환자가 심하게 반발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라는 의사에게, 팁을 드렸다. 필요하면 마약류 감시원인 보건소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시라고.

“어차피 마약류 의약품 투약 사실은 식약처에 보고해야 해요. 마약류 과다처방으로 오남용이 의심되면 의사도 환자도 모두 조사받아요.”


마약류 의약품은 진통제, 마취제, 항우울증제 등 다양한 용도가 있어 꼭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력한 효과로 인해 위험도 크다. 그렇기에 마약류 의약품 사용 이력은 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결국 이런 시스템이 명의 도용과 같은 불법 사용과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예방하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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