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짝퉁 의약품이 위험한 이유

온라인 판매 의약품, 사지도 먹지도 마세요

by 이진영

짝퉁 가방, 짝퉁 목걸이, 짝퉁 시계... 짝퉁의 세계는 다양하다만, 짝퉁 의약품도 있다. 최근 짝퉁 의약품,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국내에서 유통한 판매자들이 적발되었다. 그 과정에서 가짜약 3500 여정이 압수되었는데, 적발된 판매자들은 채팅 앱, SNS을 통해 온라인으로 거래하거나 성인용품점에서 판매했다고 한다. (서울경제, 짝퉁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불법 의약품 판매 업주 무더기 적발 2025.9.3.)

출처: 서울경제 기사

15년여 전,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근무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위해사범조사팀에서 불법유통 의약품을 압수했는데 아무리 보아도 정식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내가 근무 중인 실험부서로 검사를 의뢰해 왔다.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실데나필 성분의 파란 약과 타다라필 성분의 노란 약이었다. 그 당시에는 실데나필과 타다라필 성분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기 전이었으므로, 처음 개발된 원조 신약(오리지널 의약품)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특허권이 만료된 지금은 식약처로부터 동등성을 입증받은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시험 의뢰가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막막했다. 먼저 어떤 검사를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가 고민이었고, 검사 결과가 적합일 경우에 누가 봐도 수상한 이 약이 짝퉁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지 물음표였다. 부서 내에서 논의한 끝에 일단은 정식 의약품이라고 가정하고, 의약품 허가사항 ‘기준 및 시험방법’대로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것은 15년 전 상황이었고, 지금은 짝퉁 의약품에 대한 검사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의약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제약사는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자료, 품질 관리에 대한 자료 등을 식약처로 제출하여 그 타당성을 심사받아야 한다. ‘기준 및 시험방법’이란 약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기준과 시험법을 뜻한다. 그러니 정품인 의약품은 당연히 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의약품 허가사항은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볼 수 있는데 ‘기준 및 시험방법’은 제약사의 기밀이므로 비공개이다. 관련 업무를 하는 식약처 직원만 내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내부 사이트는 식약처를 그만두는 그 날짜로 접근 권한이 사라져서 이제 나는 열어볼 수가 없다.


우선 함량시험과 함량균일성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명칭은 비슷하지만 이 두 시험은 목적이 다르다. 함량시험은 약 안에 주성분이 얼마나 정확한 양으로 들어있는지 정확성을 목적으로 한다. 함량시험의 기준은 주로 95.0%~105.0%, 90.0~110.0%이다. 함량균일성 시험은 개별 약 안에 주성분이 얼마나 균일하게 들어있는지 정밀성을 목적으로 한다. 함량균일성시험의 결과는 편차로 산출하는데 계산법은 대한민국약전에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여기서 다루기에는 너무 복잡하므로 넘어가겠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함량시험은 10~20정 정도를 한꺼번에 갈아서 그중 1정에 해당하는 분량을 덜어내 녹여 시험하고, 함량균일성 시험은 1정씩 각각 녹여 시험한다. 시험 결과 짝퉁 의약품은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약마다 들어있는 성분의 양이 들쭉날쭉했고 어떤 약은 두 가지 성분이 모두 검출되기도 했다. 함량시험의 기준이 95.0~105.0%인데 최대 180%까지 검출되었다. 이 짝퉁 의약품을 복용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짐작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위에서 인용한 기사에서 적발된 약은 400%까지도 검출되었다고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짝퉁 의약품 제조 기술은 발전이 없나 보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해외 시판 후 조사에서 심근경색, 심장돌연사, 심실 부정맥, 뇌혈관계 출혈 등 심각한 심혈관계 이상반응이 보고된 바 있다. 그만큼 복용하는 용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짝퉁 의약품의 성분 함량이 그때그때 다르니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한 알 더 먹다가 갑자기 고용량을 복용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단 한 알만으로도 고용량에 이를 수 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성분이 혼합되어 들어있기도 하고,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혼입 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하다.


정품인지 짝퉁인지 불안해하며 의약품을 살 필요가 없다. 의약품을 합법적으로 약국에서 구매하면 된다. 전문의약품인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아서 약국에서 구매해야 한다. 온라인이나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불법 판매 대상이므로, 정품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인 간 의약품 거래 또한 불법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출처: 식약처 카드뉴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6화당신의 프로포폴 투약,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