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책 이야기 1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을 풀어쓰는 철학자, 알랭 드 보통

by Sophie

주간 책 이야기 11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BY 알랭 드 보통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인물의 이야기는, 서술자인 주인공 '나'가 클로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져 온세상을 얻었다가 사랑에 배신당하고 삶의 이유를 상실하고 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지극히 뻔한 남녀간 사랑 이야기이다. 다만 이 책이 너무 특별했던 점은 그 내용의 서술 중간에 화자이자 서술자인 '나'의 생각과 감정에서 돋보이는 저자의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였다. 단순한 이성간의 사랑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질적 성질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까지 생각해보게 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공감가고 싶은 부분 혹은 평생 공감하고 싶지 않은 괴로운 부분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좋았던 책이다. 정말 잘 써서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이런식으로 쓰이기를 바랄 정도로 너무 좋았다. 사랑이란 뭔가를 고민하는 한창 20대들에게 특히나 권하고 싶은 성숙한 사랑을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또한 훗날 내가 평생의 사랑을 약속할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우정에 가까운 형태이려나) 이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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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적 계산에 미루어보아 '운명적'만남에 가까운 이성간의 교제의 시작. 클로이와 주인공 또한 비행기 옆자리의 인연의 시작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의 호감을 직설적으로 확인하기 전 단계에서,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이 초콜릿을 꾸역꾸역 먹는 장면은 특히나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귀여운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클로이와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어느 이들이나 공감할만한 그 시기에 도달한다. 바로 나의 이상형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보일때 고쳐내고 싶어하는 시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첫 연애에서 너무 많이 스스로 겪었던, 또 최근의 다른 이로부터 나의 어떤 부분이 자신이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던 장면이 떠올라 공감이 많이 되었다. 친구라면 오히려 지적하지 않을 부분들을 꼭 연인 사이에서는 지적하는 경우들을 우리는 겪는다. 좀더 나와 동일시하여 생각하기 때문일까, 내가 생각했던 그의 이상향적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이 나의 선택의 불안을 가증시키는 것일까.


책에서 알베르카뮈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 사람이 온전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썼다. 만일 우리 내부에 부족한 데가 없다면 우리는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며 상대에게서도 비슷하게 부족한 데를 발견하면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말..!! 너무너무 웃음짓게 하는 말이었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그 사람에게서 불쾌감을 느끼는 지점이 생기는 이유가 설명되는 말. 왜인지 인간이 귀엽기도 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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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시작하며 알아가는 모습들에서는 절대 상상하지 않았던 혹은 원치 않았던 면모가 있을 것이고 평생을 안다고 여긴 이의 모르는 면모도 있을 것이다. 극중 클로이가 자신의 내면을 그린 그림에서는 현재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다른이로서 주인공을 꼽지만 그조차도 볼 수 없는 자신의 내면 속 선 하나를 남겨둔다. 이 부분에서 나도 어쩌면 성숙한 사랑을 하려면 나아가야 하는 지점이 뭔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나를 사랑하는 이의 태도가 어떤건지 확실히 깨달았다. 통제하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이게 말은 쉬워도 막상 마음이 갈수록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성숙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있는데도 내버려둘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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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상깊었던 부분이, 내가 만약 이런 얼굴이 아니고~ 이런 상황이었다면~ 그래도 나를 사랑해줄래?라고 묻는 클로이의 질문에 대한 서술자의 서술부분이었다. 우리는 연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서 무조건적인 나 자체에 대한 사랑을 원하는 지점에 누구나 도달한다. 이는 정말 나만 남았다더라도, 가장 상처받기 쉽고 약한 지점의 자아만 남더라도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를 보여준다. 또한 내가 너에게 약해 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하니?라는 질문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서술이 개인적으로 정말 생각해보지 못한 스스로의 심리까지 관통당한 느낌이었다ㅎ.

클로이와 주인공이 스페인의 시골로 여행을 떠나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운 순간에 주인공이 이곳에서의 한가로운 미래를 그려볼때 클로이가 갑작스러운 두통을 겪고 그 통증이 행복의 실현은 아주 먼 미래에 이루어진다는 믿음에 도전을 받은 것이라는 점이 너무 신선했다. 우리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불안전하고 위험할정도로 덧없는 현실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책은 말한다. 이는 사랑을 떠나 행복과 삶에 대한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너무 즐거운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것, 그게 인간의 본성적 심리 해석으로도 풀어 볼 수 있다는 것. 이런 서술방식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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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클로이와 동료에게 배신받은 주인공은 왜 사랑받을 권리는 인권으로서 보호해주지 않는 것인가를 서술하는 장면 또한 저자가 철학가라는 점이 떠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면서 내용은 너무 아팠던 부분이었다. 저자는 성숙한 사랑의 절정은 결혼이며 일상을 통해 죽음을 피하려는 시도라고 한다. 미성숙한 사랑의 논리적 절정은 상징적이든 현실적이든 죽음이라는 것.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미성숙한 사랑의 피해자가 된 주인공은 다신 사랑은 하지 않겠다며 자기 보호의 명분 하에 금욕을 맹세하지만 생명체의 유전자를 지닌 그는 다시 또다른 이와의 시작을 맞이한다.


이 책이 영국에서 쓰인 제목은 'Essay in Love'라고 한다. 너무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소설이라기보단 에세이에 가까운 사랑에 대한 철학가의 꽤 귀엽기고 하고 어리석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약한 부분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랑에 대한 사유를 담은 책이었다. 사랑은..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자 강점이라는 모순이 아닐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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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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