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5박 6일(2)

코타키나발루 100배 더 재밌게 놀기

by 엔딩은 해피

1일 차 : 하얏트센트릭(호텔)-이펑락싸-눅카페-수리아사바몰-쌍천씨푸드-필리피노마켓
2일 차 : 사피섬-코피핑-탄중아루-KK씨푸드
3일 차 : 유잇청-아로마무그니(김수현 마사지)-반딧불투어-필리피노마켓
4일 차 : 이마고몰-핑크모스크, 블루모스크-탄중아루-웰컴씨푸드
5일 차 : 엔소 테판야끼-이마고몰-헬로마켓-르메르디앙 선셋바


코타키나발루 후기를 찾아보면 정말 재미없는 도시, 차라리 다낭, 세부 등 다른 곳이 낫다는 후기가 종종 보인다.


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려면 세부가 낫고, 편하게 여행하려면 다낭이 낫고, 3대 선셋을 보려면 보라카이가 낫다는 그 말에 일부 동의하지만 그건 코타키나발루를 100%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닐까 한다.


어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같이 놀 때 제일 재밌는 인생메이트와 코타키나발루서 뭐 했길래 은 추억으로 남았는지 알려주고 싶다.


1. 사피섬

코타키나발루에는 사피섬, 마무틱섬, 가야섬, 멍알룸섬 등 많은 섬이 있다.

그중 우리는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가장 후기가 좋았던 한국인 가이드 '소나'와 함께 하는 사피섬 투어를 신청했다.

보통 제셀톤포인트에서 흥정하는데 최근 정찰제로 바뀌었다는 소문도 있고 흥정을 잘 못하는 편이라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맘 편히 한국에서 예약을 하는 게 우리에겐 맞았기 때문이다.


예약 당일 오전 8시, 약속된 장소에서 한국인 가이드 1명과 현지 가이드 2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약한 사람들과 함께 구명조끼 착용 후 배에 탑승하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해 볼 생각에 조금은 두려운 마음과 바닷바람의 시원한 온도가 왠지 심장을 더 뛰게 했다.

가까운 섬이라 수상 가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10분 정도 달리자 금세 사피섬에 도착했는데, 가장 먼저 도착했기 때문인지 온전히 이 섬을 누리게 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조개 주워서 만든 하트


한국인 가이드는 물에 들어가기 전 섬의 아름다운 곳곳을 찾아주며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웨딩스냅보다 더 자연스럽게 포즈 디렉팅까지 해주어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스노클링 장비를 받고 각 팀 당 15분씩 현지 가이드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고 안내를 받은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우리 차례가 오기 전 예상치 못한 난관이 찾아왔다.


바로 나의 물공포증.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맨 앞에 섰을 만큼 키가 작았던 나는, 어릴 적 발가락도 아닌 발끝으로 겨우 서야 숨을 쉴 수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웠다.


그때 정말 무서운 강사님을 만나 물을 많이 먹고 수영은커녕 물이 명치 부근만 와도 숨을 못 쉬는 물공포증이 생겼다. 심지어는 피부관리실에서 뿌리는 미스트(?)도 맞지 못했다.


이런 상태인걸 알면서도 스노클링은 숨 쉬기가 자유로우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선 비위가 약한데 남이 쓰던 장비를 쓰니 헛구역질이 나왔고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게 익숙지 않아 두근거림과 과호흡이 왔다. 더구나 물속에 얼굴을 담글 때면 잠시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와 함께 하는 스노클링 전 우리끼리 연습에서도 내가 이러니 짝꿍은 나를 걱정했고, 난 스노클링을 좋아하는 짝꿍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못한다고 할까 수백 번도 고민했지만 30살이 넘은 이후로 달라진 건 고통스러울 땐 눈을 꼭 감으면 지나간다는 걸 깨달았기에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가이드만 믿고 깊은 바다로 나갔다.


튜브를 붙잡고 구명조끼를 입어 절대 죽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난 튜브와 구명조끼를 불신하며 계속 꽥꽥거렸다. 얼굴은 바다 위에 뜬 채로.

현지 가이드는 서툰 한국말로 "괜찮아요?"를 수차례 물어봤고 난 그때마다 괜찮다고 했다. 사실 안 괜찮았다.

무서워 죽겠지만 얼굴 담가보기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검은 줄무늬 니모도 보고 물고기들도 봤다.

어떻게 봤냐면.

죽을 것 같길래 그냥 물 먹고 죽자라고 생각했다.

이 무슨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인가 싶겠지만 정말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속에서 숨 한번 못 쉬고 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공포를 이긴 극강의 현실쟁이.

일상적으로 숨을 쉬는 게 어려웠기에 과호흡이 와도 크게 들이쉬고 크게 내쉬었다.

놀라운 건 한두 번 그렇게 숨을 쉬고 물속에서도 숨 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두려움이 반은 날아간 듯했다.

비록 다른 사람들처럼 스노클링을 100% 즐기진 못했지만 이 정도까지 해낸 내가 너무 뿌듯했다. 현실적인 동기였지만 성공 경험이 쌓이니 게 아니었고, 놀라운 건 다음날 호텔 수영장에서도 암튜브만 낀 채 수영까지 했다. 예전의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인데.


죽을 것 같을 땐 그냥 죽겠다는 마음으로 해 보자. 안 죽는다.(진짜 위험한 거 빼고)


2. 반딧불투어


살면서 디즈니 만화 속에 있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난 공주를 좋아하지만 디즈니 만화를 보며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 외에는 별다른 걸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반딧불투어를 하고 난 후 디즈니 만화 속에 있는 것 같은 몽글몽글한 감정이 뚫렸다.

살면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바로 반딧불에 둘러싸인 그때가 아닐까.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나무배 위에서, 불빛 하나 없는 맹그로브 숲 초입에서부터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모호한 감정이 올라온다. 불빛 하나 없지만 무엇이 나무이고 무엇이 하늘인지 명암으로만 구분할 수 있는 곳. 미끄러지듯 물길을 천천히 가는 동안은 어딘가 새로운 공간을 가는 듯 모든 것이 신기하고 눈에 담고 싶어진다.

가이드 겸 반딧불이 아저씨는 우스갯소리로 '노동요'라며 나는 반딧불, 성시경 노래 등으로 감성을 채우고, 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별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반딧불이 아저씨는 렌턴에 나뭇잎을 덮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조명으로 반딧불을 우리가 탄 배로 부르는데 바람에 날려 배까지 못 오는 반딧불도 있고 배에서 사람 주변을 떠도는 반딧불도 있고 배에 앉아 빛을 내는 반딧불도 있다.

사람들 모두 "우와"를 나지막이 외치며 반딧불이를 감상하는 순간에는 이 배 위에 악인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고요함과 낭만뿐이다.


소란스러운 도시의 불빛과 조명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수십 개의 은은한 반딧불이를 보며, 디즈니 라푼젤이 떠오른다.

I See the Light

이런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한 모든 것이 감사하다.

반딧불



3. 핑크모스크, 블루모스크

코타키나발루에서 시티투어를 예약하면 대체로 핑크모스크와 블루모스크, 사바주청사를 방문한다.

후기를 찾아보니 외관 외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 하여 시티투어는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고 가면 섭섭하니 그랩 4시간을 빌려 핑크모스크, 블루모스크, 탄중아루까지 방문는데 시티투어보다 그랩으로 이동하니 촉박하지도 않고 우리만의 속도로 명소를 즐길 수 있었다.

블루모스크

그중 핑크모스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을 만났기 때문이다.


핑크모스크를 방문하면 핑크모스크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앞에 있는 망고주스를 먹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핑크모스크를 떠난다면 완전 손해다.

핑크모스크에 방문하면 직원이 지도와 함께 방문하면 좋을 몇몇 장소를 알려는데, 이때 직원의 추천을 경청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핑크모스크


핑크모스크에서 차로 10분쯤 올라가면 해변이 나온다.

코타키나발루 바다 색이 워낙 흐려 청명하고 푸른 바다는 거의 볼 일이 없는데 날씨 덕분인지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눈부신 바다를 이때 보게 된다.

포토 스폿은 물론 귀여운 아기 원숭이도 볼 수 있는데 예상치 못한 행운이라 한껏 들떠 시티 투어 중 여기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시간에 쫓겨 봤음에 이의를 두기보단 넉넉히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남겼더니 이국적인 공간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추억이 묻었다.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더딘 내가 급성장을 이루게 됐다. 또 새로운 감정의 결이 생기고 의외의 행복을 맞이하니 여행은 할수록 즐겁다.

이미 짜인 곳에서 짜인 재미와 예상 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코타키나발루에서 또 배워 간다.


다음 여행에서는 수영 따윈 두렵지 않고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망설여지지 않겠지.

삶은 예측할 수 없어 더 촘촘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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