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100배 더 재밌게 놀기
1일 차 : 하얏트센트릭(호텔)-이펑락싸-눅카페-수리아사바몰-쌍천씨푸드-필리피노마켓
2일 차 : 사피섬-코피핑-탄중아루-KK씨푸드
3일 차 : 유잇청-아로마무그니(김수현 마사지)-반딧불투어-필리피노마켓
4일 차 : 이마고몰-핑크모스크, 블루모스크-탄중아루-웰컴씨푸드
5일 차 : 엔소 테판야끼-이마고몰-헬로마켓-르메르디앙 선셋바
코타키나발루 후기를 찾아보면 정말 재미없는 도시, 차라리 다낭, 세부 등 다른 곳이 낫다는 후기가 종종 보인다.
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려면 세부가 낫고, 편하게 여행하려면 다낭이 낫고, 3대 선셋을 보려면 보라카이가 낫다는 그 말에 일부 동의하지만 그건 코타키나발루를 100%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닐까 한다.
어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같이 놀 때 제일 재밌는 인생메이트와 코타키나발루에서 뭐 했길래 좋은 추억으로 남았는지 알려주고 싶다.
1. 사피섬
코타키나발루에는 사피섬, 마무틱섬, 가야섬, 멍알룸섬 등 많은 섬이 있다.
그중 우리는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가장 후기가 좋았던 한국인 가이드 '소나'와 함께 하는 사피섬 투어를 신청했다.
보통 제셀톤포인트에서 흥정하는데 최근 정찰제로 바뀌었다는 소문도 있고 흥정을 잘 못하는 편이라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맘 편히 한국에서 예약을 하는 게 우리에겐 맞았기 때문이다.
예약 당일 오전 8시, 약속된 장소에서 한국인 가이드 1명과 현지 가이드 2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약한 사람들과 함께 구명조끼 착용 후 배에 탑승하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해 볼 생각에 조금은 두려운 마음과 바닷바람의 시원한 온도가 왠지 심장을 더 뛰게 했다.
가까운 섬이라 수상 가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10분 정도 달리자 금세 사피섬에 도착했는데, 가장 먼저 도착했기 때문인지 온전히 이 섬을 누리게 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인 가이드는 물에 들어가기 전 섬의 아름다운 곳곳을 찾아주며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웨딩스냅보다 더 자연스럽게 포즈 디렉팅까지 해주어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스노클링 장비를 받고 각 팀 당 15분씩 현지 가이드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고 안내를 받은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우리 차례가 오기 전 예상치 못한 난관이 찾아왔다.
바로 나의 물공포증.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맨 앞에 섰을 만큼 키가 작았던 나는, 어릴 적 발가락도 아닌 발끝으로 겨우 서야 숨을 쉴 수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웠다.
그때 정말 무서운 강사님을 만나 물을 많이 먹고 수영은커녕 물이 명치 부근만 와도 숨을 못 쉬는 물공포증이 생겼다. 심지어는 피부관리실에서 뿌리는 미스트(?)도 맞지 못했다.
이런 상태인걸 알면서도 스노클링은 숨 쉬기가 자유로우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선 비위가 약한데 남이 쓰던 장비를 쓰니 헛구역질이 나왔고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게 익숙지 않아 두근거림과 과호흡이 왔다. 더구나 물속에 얼굴을 담글 때면 잠시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와 함께 하는 스노클링 전 우리끼리 연습에서도 내가 이러니 짝꿍은 나를 걱정했고, 난 스노클링을 좋아하는 짝꿍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못한다고 할까 수백 번도 고민했지만 30살이 넘은 이후로 달라진 건 고통스러울 땐 눈을 꼭 감으면 지나간다는 걸 깨달았기에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가이드만 믿고 깊은 바다로 나갔다.
튜브를 붙잡고 구명조끼를 입어 절대 죽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난 튜브와 구명조끼를 불신하며 계속 꽥꽥거렸다. 얼굴은 바다 위에 뜬 채로.
현지 가이드는 서툰 한국말로 "괜찮아요?"를 수차례 물어봤고 난 그때마다 괜찮다고 했다. 사실 안 괜찮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검은 줄무늬 니모도 보고 물고기들도 봤다.
어떻게 봤냐면.
죽을 것 같길래 그냥 물 먹고 죽자라고 생각했다.
이 무슨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인가 싶겠지만 정말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속에서 숨 한번 못 쉬고 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공포를 이긴 극강의 현실쟁이.
일상적으로 숨을 쉬는 게 어려웠기에 과호흡이 와도 크게 들이쉬고 크게 내쉬었다.
놀라운 건 한두 번 그렇게 숨을 쉬고 물속에서도 숨 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두려움이 반은 날아간 듯했다.
비록 다른 사람들처럼 스노클링을 100% 즐기진 못했지만 이 정도까지 해낸 내가 너무 뿌듯했다. 현실적인 동기였지만 성공 경험이 쌓이니 별 게 아니었고, 놀라운 건 다음날 호텔 수영장에서도 암튜브만 낀 채 수영까지 했다. 예전의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인데.
죽을 것 같을 땐 그냥 죽겠다는 마음으로 해 보자. 안 죽는다.(진짜 위험한 거 빼고)
2. 반딧불투어
살면서 디즈니 만화 속에 있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난 공주를 좋아하지만 디즈니 만화를 보며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 외에는 별다른 걸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반딧불투어를 하고 난 후 디즈니 만화 속에 있는 것 같은 몽글몽글한 감정이 뚫렸다.
살면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바로 반딧불에 둘러싸인 그때가 아닐까.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나무배 위에서, 불빛 하나 없는 맹그로브 숲 초입에서부터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모호한 감정이 올라온다. 불빛 하나 없지만 무엇이 나무이고 무엇이 하늘인지 명암으로만 구분할 수 있는 곳. 미끄러지듯 물길을 천천히 가는 동안은 어딘가 새로운 공간을 가는 듯 모든 것이 신기하고 눈에 담고 싶어진다.
가이드 겸 반딧불이 아저씨는 우스갯소리로 '노동요'라며 나는 반딧불, 성시경 노래 등으로 감성을 채우고, 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별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반딧불이 아저씨는 렌턴에 나뭇잎을 덮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조명으로 반딧불을 우리가 탄 배로 부르는데 바람에 날려 배까지 못 오는 반딧불도 있고 배에서 사람 주변을 떠도는 반딧불도 있고 배에 앉아 빛을 내는 반딧불도 있다.
사람들 모두 "우와"를 나지막이 외치며 반딧불이를 감상하는 순간에는 이 배 위에 악인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고요함과 낭만뿐이다.
소란스러운 도시의 불빛과 조명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수십 개의 은은한 반딧불이를 보며, 디즈니 라푼젤이 떠오른다.
I See the Light
이런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한 모든 것이 감사하다.
3. 핑크모스크, 블루모스크
코타키나발루에서 시티투어를 예약하면 대체로 핑크모스크와 블루모스크, 사바주청사를 방문한다.
후기를 찾아보니 외관 외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 하여 시티투어는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고 가면 섭섭하니 그랩 4시간을 빌려 핑크모스크, 블루모스크, 탄중아루까지 방문했는데 시티투어보다 그랩으로 이동하니 촉박하지도 않고 우리만의 속도로 명소를 즐길 수 있었다.
그중 핑크모스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을 만났기 때문이다.
핑크모스크를 방문하면 핑크모스크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앞에 있는 망고주스를 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핑크모스크를 떠난다면 완전 손해다.
핑크모스크에 방문하면 직원이 지도와 함께 방문하면 좋을 몇몇 장소를 알려주는데, 이때 직원의 추천을 경청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핑크모스크에서 차로 10분쯤 올라가면 해변이 나온다.
코타키나발루 바다 색이 워낙 흐려 청명하고 푸른 바다는 거의 볼 일이 없는데 날씨 덕분인지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눈부신 바다를 이때 보게 된다.
포토 스폿은 물론 귀여운 아기 원숭이도 볼 수 있는데 예상치 못한 행운이라 한껏 들떠 시티 투어 중 여기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시간에 쫓겨 봤음에 이의를 두기보단 넉넉히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남겼더니 이국적인 공간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추억이 묻었다.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더딘 내가 급성장을 이루게 됐다. 또 새로운 감정의 결이 생기고 의외의 행복을 맞이하니 여행은 할수록 즐겁다.
이미 짜인 곳에서 짜인 재미와 예상 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코타키나발루에서 또 배워 간다.
다음 여행에서는 수영 따윈 두렵지 않고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망설여지지 않겠지.
삶은 예측할 수 없어 더 촘촘히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