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다시 속세로 나가보는 중
대부분의 책에는 에필로그가 있다.
이 플랫폼도 내 15편짜리 짧은 이야기를 '북'이라 부르니, 나도 한 편 적어보겠다.
나는 스스로를 성찰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스스로를 잘 모른다.
그런 나를 나보다 더 궁금해하던 짝꿍의 답답함이 내게도 전해졌고, 최근 몇 년 간 스스로에 대해 질문이 많아졌다. 때로는 답을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 관성과 타성으로 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짚어 하나의 가이드를 세워봤다.
시작은 짝꿍의 시선이었으나, 이야기를 시작한 직후부터는 나의 시선이었다.
스스로 느끼는 나의 긍정들을 묻어두고 필요한, 필요할 것 같은 부정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니
짝꿍이 "많은 장점은 이야기 않고, 너무 자조적인 글이 아니냐"는 말을 했다.
맞다. 언젠가는 나의 장점에 대해 브런치 북을 발행할 날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기에 짧게 적어본다.
'나는 여유롭고 느긋하며, 큰일이 생겨도 담담하게 대응한다.
강심장인지, 아니면 너무나 여유로워 스스로에게 조차 위기의식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앗, 또 자조였다. 아무래도 '내 장점이다'라고 긍정적인 글을 나열하며 희망찬 글을 쓸 날이 올진 모르겠다.
나는 이번에 스스로를 충분히 관조하고 싶었고, 그 목적을 다한 글임은 분명하다.
충분히 반추한 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충분히 다듬어 나중에는 광택 있고 부드러운 돌이 되기를 바란다. 또 새로이 한 생각이 더 빛나는 옥석이 되길 바란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그동안 파편적으로 하던 생각들을 모아 적었다.
파편의 끝에서 '이러지 말아야지' 했던 것들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이미 변한 것도, 변하고 있는 것도, 변하지 않을 것도 있지만 노력을 남기고 있다. 그것을 마무리하며 글을 마무리하니 가이드라고 적은 내용이 상당히 많지만 중심은 한 단어다.
더 관조할 것.
관조해 찾은 것 중 개선하여 좋아질 수 있는 것은 개선할 것이다. 더 잘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침잠하고 헤매 답을 못 찾는다 해도, 그냥 모르겠다고 치고, 넘기고, 다음 걸음을 밟을 것이다.
지루한 내용의 첫 '브런치 북'이었지만, 일기조차 써본 적 없는 내게 글 쓰는 일을 추천해 준 짝꿍에게 고맙다. 취미 없는 나에게 최고의 취미가 될지 모르는 가능성을 열어준 짝꿍에게, 나의 기쁨을 전한다.
모두 필요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더 잘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