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희망과 위로

by 이운덕
“들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 어린 왕자


들꽃은 이상하게도 낯선 곳에서 더 반갑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들꽃은 유난히 오래 눈에 남는다.

화려한 풍경과 웅장한 자연을 지나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이름도 모를 작은 꽃 한 송이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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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은 잠시 내려앉은 그 자리에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조용히 나를 맞이한다. 그 모습은 자연스럽고, 순수하면서 도시의 화려함도,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경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다.

꾸미지 않아도 충분하고, 드러내지 않아도 아름답기 때문에 들꽃 그대로의 모습은 오히려 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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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들꽃을 아버지에 비유하기도 한다. 누가 보지 않아도 피어나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다 아무도 모르게 스러지는 존재이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간과 말하지 않는 무게를 묵묵히 견디는 모습이 닮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 들꽃은 어딘가 외롭고, 동시에 그 외로움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

신기하게도 들꽃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피어나고,

험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가는 낯선 이방인의 시선에도 조용히 자신의 빛을 작지만, 분명하게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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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들꽃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피어나는지도 모른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존재로 남아 크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명체가 되어준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만난 들꽃 한 송이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이다. 그 꽃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그 조용한 방식이 어쩐지 우리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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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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