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의 작은 털뭉치, 작은 기적, 그리고 우리 막둥이.
시작은 나의 짧은 댓글 하나였다.
보호소 페이지에 올라온 루나 (구 코튼)과 누나 새틴에게 한눈에 반해 버렸다.
하지만 리노는 이미 행복한 외동묘였기에 둘째를 데려오는 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볼 문제였다.
물론, 너무 귀여운 코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입양되었다.
시간은 흘러 해고 통보를 받은 지 일주일, “타협”과 “우울” 사이 어딘가를 지날 때쯤이었다.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보호소에서 메시지가 왔다.
코튼이 파양 되었으며, 입양 혹은 임시 보호가 가능한지 물었다.
우리 가족의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겐 세상 모든 시간이 있었으니까.
나의 첫 번째 고양이 남편과 두 번째 고양이 리노에게 의견을 묻고 가족회의(?)를 거친 끝에,
어느새 우리는 세 번째 고양이 코튼을 가족으로 맞으러 가는 길 위에 있었다.
코튼이 루나가 된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리노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연애 초반,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우리는,
리노의 이름을 리노가 태어나기 몇 년 전에 이미 정해버렸다.
리노는 뉴트리노에서 따왔다.
블랙홀이 별을 찢을 때 태어나는 뉴트리노, 우주에 떠다니는 가장 작은 입자.
그때는 리노가 평생 우리의 우주에서 가장 작은 존재로 남을 줄 알았다.
조용하고 섬세한 리노는 가끔은 홀로 부유하는 외로운 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달처럼 그의 곁을 맴돌며, 이끌어줄 친구가 생기길 바랐다.
우리의 우주 안에서, 서로 영원한 친구가 되어주기를.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빅뱅처럼,
그렇게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코튼은 루나가 되었다.
합사에 대해 공부했다.
방묘문을 설치하고 안방 구조를 바꿨다.
루나를 위한 화장실, 그릇, 장난감, 담요를 샀다.
솔직히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합사에 한 달, 석 달, 여섯 달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데
내가 다시 일하게 되면 어쩌지?
리노와 루나가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연의 법칙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루나는 방묘문을 넘어 나왔고
리노는 루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무려, 배를 보이며 누웠다.
루나가 집에 온 첫날, 그리고 둘의 첫 만남이었다.
지금도 둘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마치 예쁜 도자기에 담긴 흑임자 찹쌀떡과 백설기처럼
소중한 쌍둥이자리의 하루하루는 고소하고 달콤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루나의 파양 이유는 고작 너무 많이 울어서였다.
그 사람에게 고맙다. 루나의 반짝임을 끝까지 몰라줘서.
그리고 잠시나마 루나를 아프게 한 그 사람이 평생 쓸쓸하기를 바란다.
하루 종일 할 말이 너무 많은 우리 루나.
다이아몬드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루나.
작은 루나의 눈 속에는 노랗고 파란 두 개의 은하수가 떠다닌다.
그리고 그 은하수보다 더 반짝이는 루나.
루나는 우리의 달이 되어, 알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달의 인력이 파도를 일으키듯, 루나는 내 인생의 강물에 속도와 방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를 향하게 도와줄 것이다.
우리의 작은 우주에 비로소 초승달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