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와 인어공주

by Cindy in Wonderland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말했다.


하지만 불교의 무아(無我, Anatta) 사상은 되묻는다.

영원한 실체로서의 나는 없다.


나는 매일 생각하고 리노루나와 교감한다.

그러므로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감정은 흐르고 마음은 움직인다.

그러니 영원한 ‘나’라는 건 없다.

지금도 ‘나’를 찾고 있지만, 흘러가는 나, 변해가는 나 또한 충분히 괜찮다.


교감 중인 리노와 루나


내 인생의 강은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


어떤 날은 고요했고, 어떤 날은 거센 인생의 물길 속에서

반짝이는 조각들을 조심스래 건져 모아 왔다.

처음에는 크고 작은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다 소중했다.


인어공주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만 같다.

이것 좀 봐 신기하지
내가 모은 것이 대단하지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걸 보노라면
넌 이렇게 말할걸 어쩜 모두 네 거니
나는 희한한 것들도 있지 아주 진귀한 골동품도
하지만 난 더 갖고 싶어


시대를 초월한 디즈니의 통찰력에 감탄하며

마치 미련을 억누르기 위한 주문처럼 되뇐다.

'나는 더 갖고 싶지 않다.‘


이제는 정말 가라앉히고 싶다.

한때는 소중했지만 이제는 반짝임을 잃어버린 것들과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작별하고 싶다.


그래서 '계획'도, '정답'도 내려놓고 당분간 나의 자아를 불교에 귀의해

그저 흘러가 보기로 했다.


한편, 내가 여전히 반짝이는 것들을 좇으며, 물속을 헤매는 동안

이미 물 밖으로 헤엄쳐 태양을 마주한 작은 인어공주가 있다.

나와는 정반대로, 계획보다 행동이 먼저인 사람.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는, 실행력의 화신 같은 존재.

나는 그 아이를 오래전부터 진심으로 존경해 왔다.


변명 없이 몸으로 부딪히고, ‘완벽’이라는 단어에 매이지 않고
항상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을 해내는 사람.

그런 내 동생이 항상 하는 말.

혹은 나이키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든 한 문장.

Just Do It.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다소 충동적으로, 가장 만만한 팬트리 문을 열었다.

모든 물건을 꺼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버리고,

낡은 리노 루나 장난감을 버리고,

쓰지 않는 주방가전을 팔고, 나누었다.

그 작은 팬트리에서 쓰레기봉투 하나 가득을 채워 나왔다.

"그냥 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쉬운 일이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실직 후 처음으로 스스로 해낸 비움이었다.


우리의 강은 항상 먼 길을 돌아 흐른다.

산을 깎고 들판을 건너 굽이굽이 흐른다.

많은 퇴적물들을 천천히 가라앉히며 조금씩 맑아진 마음의 강물 끝에는

비로소 청명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바다를 향해 천천히 흐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