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너의 이야기

by 꿀꾀배기


“내 아들이 실종됐어.”

U가 남은 맥주를 단숨에 털어 넣고, 무겁게 잔을 내려놓았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방금까지 뒤엉킨 기억 속에 잠긴 채, 주고받는 말들을 모두 귓등으로 흘려보내던 나는 그제야 머릿속을 지배하던 작은 살인자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었다.

"두 달째야."

U는 얼굴에 열이 오른 채 녹갈색의 풀고기 다리를 힘주어 뜯었다.

"실종 신고를 했더니 경찰이 뭐라던 줄 아나? 'E 구역은 남아있는 사람보다 실종자가 더 많다. 열이면 열, 전부 섬에 자살하러 갔을 거다'... 그렇게 말하더군."

그는 핏기 없는 웃음을 흘리며 힘겹게 고기를 삼켰다.

"틀린 말은 아니야. 빌어먹을 섬으로 가는 뱃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거품 꺼지듯 사라져 갔으니. 그런데, 나인. 자네도 알 거 아닌가. 내 아들이 어디 스스로 목숨을 포기할 놈인가?"

미스터 나인이 새 맥주를 U에게 건네며 말했다.

"세상이 멸망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놈이지."

U가 크하하, 웃으며 이쪽을 향해 맥주잔을 들었다. 나도 가볍게 잔을 들어 맞부딪쳤다.

그의 아들은 나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이곳의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많이 먹고, 크게 웃고, 하루의 작업이 끝난 밤이면 늘 혼자 동네를 뛰어다녔다. 섬으로 가는 길이 열린 이후에도, '섬으로 가는 것은 도망'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그는 우중충한 E 구역 사람들에게 조깅을 권하며 생기를 흩뿌리려 애썼지만,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 그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밤거리를 달리는 일은 없었다.



“연구소겠군.” 미스터 나인이 낮게 말했다. “들어본 게 있나?” U가 눈을 번쩍였다.

“식사하러 왔던 사람들이 종종 그러더군. 통일 지구가 보증하는 ‘안전한 실험’, 한 달 참여하면 중앙 도시 변두리쯤은 정착할 돈을 준다더라는 얘기. 그걸 입에 올린 사람들은 다시는 볼 수 없었지.”

골목에서 마주쳤던, ‘X  연구소’ 소속이라 주장하던 세 명의 거구를 떠올렸다. 안전을 보장한다는 실험, 그리고 거액의 보상금. 충분히 혹할 만한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너무나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의 삶에 지쳐버린 사람들에게는, 그런 미끼조차 마지막 희망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 염병할 실험.” U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 말을 꺼냈을 땐 이미 눈이 돌아 있었어. 더는 못 버티겠다고, 이곳에서 하루라도 더 있다간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한 달만 갔다 오면 우린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려도 소용없더군. 집을 박차고 나갔고… 한 달이 두 달이 됐지.”

U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 난 조심스럽게 그에게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그는 잔을 맞대고는, 단숨에 잔을 비워버렸다. 미스터 나인이 말없이 새 맥주를 채워주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기다리다 지쳐, 어제는 직접 그 연구소 놈들을 찾아보려고 했지. 거리 바닥에 그 녀석들이 뿌려놓은 명함이 있었는데, 거기에 번호가 적혀 있었거든.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질 않아. 이미 철수해 버린 건지 뭔지, 알 수가 없어. 아들을 찾을 방법이 없어...”

밝고 호탕했던 U의 얼굴에는 어느새 진한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다른 평범한 노동자들의 그것처럼. 음식은 절반도 넘게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들을 찾을 수 없다는 슬픔에 입맛을 잃은 모양이었다.

그런 그와 달리 나는 오랜만에 맛본 미스터 나인의 풀고기 다리 튀김에 꽤나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고기 한 덩이를 집어서 입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U의 이야기에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아 버렸기 때문에, 그저 눈치를 보며 멀뚱멀뚱 앉아있어야만 했다. 슬픔의 공기 속에서 코를 찌르는 고소한 튀김의 향을 억지로 떨쳐냈다. 그러나 입안에서는 군침이 홍수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쉬움 섞인 침만 꿀꺽 삼켰다.



그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식당의 문고리가 거세게 흔들렸다. 식당 안에 있던 셋은 동시에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리고,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그림자 셋이 들이닥쳤다. 앞선 둘은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거구의 남자와, 비슷한 덩치의 여자. 전에 봤던 X 연구소의 괴물 같은 직원들과 똑같은 인상이었다. 그들의 뒤로 빳빳한 양복을 걸친 남자가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들어섰다.

식당에 있던 이들은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멀뚱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 사이, 나는 조용히 젓가락을 움직여, 다리 튀김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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