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나는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러나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마치 감긴 눈꺼풀 안쪽의 허공을 주시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시야에 담긴 어둠이 일렁거려 신경이 곤두섰다.
몸은 이상하리만치 예민해져 있었다. 피부를 스치는 이불의 결조차 날카롭게 느껴졌고, 근원을 알 수 없는 미세한 진동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무언가 팔과 다리를 기어 다니는 듯한 감각에 몇 번이나 몸을 뒤척여야 했다. 내 숨소리조차 거슬렸다. 심장은 쉴 새 없이 두근거렸고, 외부의 감각 하나하나가 증폭되어 피부를 뚫고 들이쳤다. 끝내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한 나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어느새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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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일찍 잠에 들고자 했던 또 다른 이유는, 아침 일찍 일어나 외모를 다듬기 위함이었다. 주최 측은 중앙 도시 출신일 것이고, 외적으로 흐트러진 상태로 그들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누추한 공간에서라도 자신만큼은 정돈되어 있어야 했다. 첫인상이, 외모가, 그들이 J를 판단할 첫 번째 기준이 될 테니까. 그렇기에 그는 예정된 방문 시각보다 두 시간 이른 오전 8시에 알람을 설정했다.
그러나 밤새 잠을 설치다 오전 6시가 넘어갈 때쯤 겨우 잠에 든 나머지, 안쓰럽게도 J는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R사 공모전 실사팀이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집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세 명의 방문객 중 가장 키가 크고 말끔한 복장을 한 남자가 이마를 살짝 찌푸린 채 디바이스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이 주소가 맞는데..."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렸고, 쿵, 쿵,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J는 숨을 흡, 들이마시며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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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키긴 했으나 무엇이 나를 깨웠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침대 옆 원형 테이블에 놓인 디바이스를 손에 들었다. 오전 10시 10분이었다. 경악할 틈도 없이, 초인종 소리가 다시 방 안을 울렸다. 헐레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중 오른쪽 어깨가 벽에 세게 부딪혔지만, 통증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황급히 문을 열자, 그 앞에는 검은 와이셔츠를 바지 안에 깔끔히 집어넣은 장신의 남자와 활동복을 입은 남자 둘이 서 있었다. 정돈된 인상의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빠르게 훑어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목이 늘어진 흰 티셔츠에는 마른 물감 자국이 군데군데 번져 있었고, 발을 반쯤 가리는 기장의 남색 트레이닝 바지는 무릎이 튀어나와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맨발을 감싼 슬리퍼는 대충 뒤집어 신은 상태였다. 입가의 침 자국을 손등으로 닦아내는 내 모습을 보며, 도회적인 외모의 남자는 좀처럼 구겨진 인상을 펴지 못했다.
“... R사 공모전 작품 확인을 위해 방문했습니다. 저는 매니저 G입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디바이스 화면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성함이, J... 맞으십니까?”
“... 예, 맞습니다.”
목소리에는 아직도 잠기운과 혼란스러움이 섞여 있었고, 시선에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아 계속해서 눈을 껌뻑거려야 했다. G는 그런 나를 한 번 더 스캔하듯 바라보며 못 미더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관리도 안 되는 더러운 노동자 거주지, 그곳에 사는 이가 예술을 논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쾌하다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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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는 H의 개인 비서 중 한 명이었다. H가 얼마나 까다롭고, 기묘한 취향을 가졌으며, 또 얼마나 쉽게 실망하는 인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음습하고 조악한 곳에서는 H를 만족시킬 만한 작품을 찾을 리 없다고 그는 확신했다. 수백, 수천 명의 지원자들이 인생 역전을 꿈꾸며 공모전에 몰려들었지만, H는 좀처럼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지원 접수, 작품 운반, 보안 처리, 반환까지 모두 비서들의 몫이었고, 그들은 결실 없는 반복에 지쳐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유난히 기분이 나빴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 과격한 노동자 단체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날의 기억은 그의 뇌 속에 노동자에 대한 인상을 확고하게 심어주었다. 더럽고, 위험하며, 감정에 휘둘리는 하층민. 전날 H로부터 'E 구역에서 제출된 작품을 가져와 달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는 감정이 얼굴을 뚫고 올라올 뻔했다. 그는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거리는 불쾌할 만큼 후미졌고, 칙칙한 건물들은 묘비 같았다. 공기도 탁했다. 그는 거리를 걸으며 한 번, 현관을 열고 나온 J의 얼굴을 보며 또 한 번 마음의 문을 닫았다. 더러웠고, 한심했다. 그건 그의 얼굴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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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G는 못 미더운 표정으로 내 어깨너머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아, 네... 들어오시죠.”
슬리퍼를 대충 벗어던지고는 뒷걸음질 치며 방 안으로 향했다. 슬리퍼는 발끝에서 튕겨 나와 G의 앞에 툭 떨어졌다. 그는 내딛던 발을 멈추고는, 불결한 것을 대하듯이 그것을 옆으로 툭 쳐냈다. 그는 고개는 여전히 치켜든 채, 너저분한 신발장을 눈으로만 살짝 훑었다. 더욱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불은 바닥에 흘러내려 있었고, 젖은 물감 얼룩이 벽과 바닥에 번져 있었다. 그 앞에 커다란 캔버스가 하나, 벽에 기댄 채 놓여 있었다. G는 무심하게 다가가 그림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숨죽여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고심하는 듯하더니, 곧 그림에서 시선을 떼고 함께 온 두 사람에게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들은 능숙한 동작으로 장비를 들고 들어와, 그림이 번지지 않게 덮개를 씌우고 천으로 감싸 고정했다. 모든 작업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고, 포장된 작품을 들고나가자 방은 다시 빈 공간이 되었다.
“작품은 이게 전부인가요?”
G는 디바이스를 확인하며 물었다.
"아, 아뇨. 잠시만요..."
방 한쪽으로 어정쩡하게 걸어가 책상 위의 스케치북을 들고 돌아왔다. G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것을 받았다. '노동자들이란...' 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말없이 스케치북을 뒤편 남성에게 던지듯 넘겨주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난 것을 확인한 후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마지막 멘트를 꺼냈다.
“공모전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는 메일로 전달될 예정입니다. 그럼.”
그는 고갯짓으로 짧은 인사를 하고, 일꾼들과 함께 문을 나섰다. 나는 여전히 멍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현관문이 닫힌 뒤에도 여전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천천히 침대 곁으로 가 이불을 추스르고, 바닥에 널브러진 물감과 붓을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떨어진 디바이스를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를 테이블에 밀어 넣었다.
방을 정돈한 뒤 화장실로 걸어갔다. 스팀 세수를 마치고, 거울을 보았다. 턱에는 거뭇거뭇한 수염 자국, 코에는 정리되지 않은 코털이 삐져나와 있었다. 머리는 떡져 있었고, 볼은 어쩐지 조금 늘어진 듯했다. 세면대 아래로 고개가 축 내려갔다.
제때 잠에 들지 못하는 바람에 볼품없는 모습을 보였다. 미리 고지된 방문이었음에도 이런 추태를 부린 건 그들에게도 예의가 아니었다. 그러니, 공모전의 매니저라는 G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낯간지러운 생각이지만, 그들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충격에 휩싸일 것이라 기대했다. 멸시하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잔잔하던 심장이 요동치고, 감정 없이 정돈된 말 대신 그 입에서 당황을 감추지 못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길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G의 냉혹한 시선에는 어떠한 균열도 일어나지 않았다. G는 여전히 무심한 눈과 메마른 음성으로 떠났고, 거울 속에 서있는 건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초라한 나 자신이었다.
커다란 캔버스가 사라진 거실은 평소보다 텅 비어 보였다. 내 가슴도 덩달아 공허한 느낌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무너져 내릴 듯한 기분을 억지로 붙잡으며, 어깨를 움켜쥐었다.
왜인지 오른쪽 어깨가 뜨겁고 욱신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