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중심적 인간

나를 사랑하는 방법

by 무지

내가 아닌 사람들의 아픔이 내게도 슬픔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의 눈물 한 방울이 내 안으로 떨어질 때마다, 나는 그 감정이 내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쉽게 젖어들곤 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친구가 울면 괜히 내 탓 같았고,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내 마음도 괴로워졌다. 그런 감정을 가진다는 게 나쁘진 않았다. 그건 내 안의 온기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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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온기가 나를 태우기 시작했다. 남의 아픔에 예민할수록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했다. 누군가를 위로하느라 지쳐 있을 때, 내 안의 슬픔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았다. 그리고 그 피로는 어느새 내 일상에 스며들어, 내가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다가왔다.


당신들이 적당히 아파하다 이겨내고, 그리고 행복했으면 싶어요. 이 문장을 마음속으로 되뇌는 날이 많다. 누군가를 향한 진심 어린 기도처럼, 그 말이 닿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랜다. 그저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평안을 바란 적이 많으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건넨 적이 있었던가. “너도 괜찮아졌으면 좋겠어.” 그 짧은 문장을 나 자신에게 말해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늘 타인의 감정에 빠르게 반응하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고통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누군가의 불행에 괜히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 내가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했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그런 마음이 남아 있는 게, 내가 인간으로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감정의 무게를 오래 짊어지고 나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세상을 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 나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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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 마음의 방향을 조금 돌려보려 한다. 남의 슬픔을 껴안는 일 만큼이나, 내 슬픔을 받아주는 일에도 따뜻함이 필요하다. 나도 내가 위로받아야 할 순간이 있다. 나도 나를 안아줘야 하는 때가 있다. 그걸 깨닫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그래서 요즘은 당신들에게 드는 생각만큼만 내가 나를 사랑해보려 한다. 그게 아직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를 미루지 않기로 했다.


남의 아픔을 느끼는 능력은 여전히 나의 일부다. 그건 버릴 수 없는, 어쩌면 내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마음의 일부를 나에게도 돌려줄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슬픔이 아니라 사랑이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아픔에 조용히 젖는다. 그리고 그 감정이 완전히 스며들기 전에, 작게 속삭인다.


“너도 괜찮아졌으면 좋겠어.”
이번에는 그 ‘너’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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