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강. 주차장의 30분

제3부. 가계의 운영: 전쟁 같은 현실, 그리고 연민

by Napolia

[Scene]

나경제 씨는 요즘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동을 끈 채 30분씩 멍하니 앉아 있는다. 회사에서는 명예퇴직 압박을 받고 있다. 자존심이 바닥을 친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면? "학원비 내야 해", "세탁기 고장 났어". 온통 돈 나가는 소리뿐이다. 위로받고 싶은데, 요구사항만 빗발친다.
그는 핸들에 이마를 박고 소리 죽여 운다. 어디에도 맘 편히 뉠 곳이 없다. 그때, 차 창문을 누군가 똑똑 두드린다. 정 여사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남편 차를 발견한 것이다. "안 들어가고 뭐 해?" 타박하는 말투지만, 그녀의 손에는 따뜻한 캔커피가 들려 있다. 그녀도 안다. 남편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 말없이 건네는 커피 캔의 온기가 나경제 씨의 언 맘을 녹인다.





[나경제의 독백]

"운 거 아니다. 눈에 먼지 들어간 거다. ...근데 커피가 왜 이렇게 짜냐."


* 오늘의 경제 용어: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불황인데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경제 상황. 회사에선 밀리고 집에선 치이는 중년 가장의 현실이다. 이때 필요한 건 해결책이 아니라 따뜻한 커피 한 잔이다.


월, 목 연재